인간 암조직 만들어 항암제 시험한다…신약 개발 청신호

수년 내 동물이 아닌 인간 암조직으로 항암제 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신체 환경을 모사해 암조직을 배양하고 신약 시험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 중이다. 동물실험 규제와 한계를 극복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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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 생체재료연구단(단장 석현광)은 이 같은 기능의 항암제 시험 키트 ‘엑스캔서(X-Cancer)’를 개발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연구단은 2년 전 연구를 시작해 최근 직경 5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인공 암세포 덩어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항암제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하고 성공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이 아닌 인간 암조직에 직접 신약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환자 신체 환경과 암조직 구조를 모사하면 환자맞춤형 약물 개발도 가능하다.

현재 항암제 개발은 인간과 생체 조직이 다른 동물실험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개발 성공률이 0.01%에도 못 미친다. 유럽연합(EU)이 동물실험으로 개발한 화장품의 역내 수입을 금지하는 등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복잡하고 다양한 암조직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70~80% 유사도를 가진 인공 암조직은 2~3년 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세포 외에 암이 발생한 부위의 신체 환경을 재현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연구진은 2~3년 내에 유사도가 높은 인공 암조직을 만들고 5년 내에 시험 정확도를 검증해 상용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다양한 암조직 중 우리나라와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간암, 위암 대상 제품을 먼저 개발한 뒤 적용 대상을 넓힌다.

제품은 배양 기능과 제어 기능으로 구성된다. 바이오리액터와 조직배양기로 암세포를 약물 시험이 가능한 크기까지 키우고 유지한다.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컨트롤러는 암이 발생한 신체 부위 환경을 재현한다. 폐암 모사 환경이라면 호흡 운동 정도, 위암 모사 환경이라면 혼합 운동 정도와 산도 등을 조절하는 식이다.

암이 발생한 체내 환경과 암세포 자체를 키트 내에서 그대로 옮겨오는 셈이다. 이 키트에 신약을 투여하고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반응을 관찰하면 된다.

석현광 KIST 생체재료연구단장은 “생체 모사 환경으로 신약 개발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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