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전자의 `바이가에시(倍返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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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 때, 일본 드라마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19.4% 시청률로 시작해 최종회에서 21세기 드라마 최고인 ‘42.2%’를 찍은 민방 TBS의 ‘한자와 나오키’다. 불법대출로 자신을 극한에 몰아넣은 상사를 처절하게 복수한 은행원 ‘한자와’에게 일본이 열광했다. 모두가 주인공의 ‘배로 갚아주겠다(바이가에시)’를 입버릇처럼 따라했고 지금도 그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LG전자는 2분기에 ‘바이가에시’를 외쳤다. 특히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으로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MC가 돋보였다. 모두가 LG 휴대폰을 외면하는 동안 절치부심하며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G3 덕분이었다. 24일 실적발표에서 “3분기도 자신있다”던 정도현 LG전자 사장의 얼굴은 내내 상기되어 있었다.

혹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7조2000억원에 LG전자의 6062억원을 두고 “LG가 진짜로 자신을 향했던 외면을 두 배로 갚았냐”고 얘기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1억대 넘게 휴대전화를 파는 삼성과 수천만대를 파는 LG를 비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LG의 ‘바이가에시’는 이제 시작이다. ‘LG인’들의 눈빛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미래 보고서로 회사가 위기에 빠졌던 때의 패배의식을 뒤엎자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독했고 트윈타워와 서울스퀘어에서 ‘1등 LG’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수억원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초고화질(UHD) TV 무료 사후지원에 선제적으로 나서 경쟁사를 당황케했고, ‘옵티머스’ 브랜드를 과감히 버리며 G2에 이어 G3를 히트시켰다. 초경량 울트라북 ‘그램’은 가볍고 강한 노트북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었다. 에어컨과 제습기도 업계를 선도하며 순항하고 있다. 만년 2등이라던 LG가 하나, 둘씩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청률 침체에 빠져 민방 꼴찌까지 언급되던 TBS는 ‘한자와 나오키’로 옛 명성을 되찾아 순항하고 있다. 자존심 강하던 후지TV와 NTV 등 경쟁 민방들도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바이가에시 정신으로 방송을 만들라”고 할 정도다. 극한을 겪었던 LG전자의 ‘바이가에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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