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금융규제 개혁 방안에 대한 소고(小考)

Photo Image

지난 2월 박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규제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끝장토론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할 것과 필요 규제에 대해서는 네거티브제로 전환하는 등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정책당국은 3월부터 금융공기업과 금융협회, 금융이용자단체와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숨은 규제를 발굴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금융규제 개혁방안’이 만들어져 지난 10일 공개됐다. 금융정책당국이 개선키로 한 규제 건수는 711건으로 발굴과제 1769건의 40%에 해당하는 높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법령상의 명시적인 규제에 비해 숨은 규제의 개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융회사의 규제완화 체감도는 다소 낮아 보인다. 현재 우리 금융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운 경영여건을 감안하면 좀 더 과감하고 개혁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조정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위축과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의 타격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하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업계는 금융정책당국의 과감한 금융 규제완화 조치를 기대했다. 하지만 카드정보 유출사태와 은행권 대출사기 피해 등 잇따른 금융사고가 금융정책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했다. 외환위기 당시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택한 카드는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였다. 그 중에서도 신용카드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는 소비촉진을 통한 내수활성화, 신용사회 정착, 과표양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라는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반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금융정책당국의 선제적인 규제조치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는 금융정책당국의 규제정책이 정확한 금융시장 진단을 통해 적시성과 합리성, 객관성을 갖고 추진될 때 금융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금융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금융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은 외국자본과의 경쟁력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환경은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신종 금융산업이 출현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결제업체인 ‘알리페이’가 국내에서 규제를 받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영업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도 비근한 예다.

이는 국내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사에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관리감독, 규제 등 대비책은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이다. 적어도 규제완화의 목적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 역차별적 규제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금융업권 간은 물론이고 외국기업과의 경쟁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금융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시 감시와 건전성 규제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이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네거티브제 전환을 건의해 왔던 신용카드업계로서는 이번 규제개혁방안에서 제외돼 큰 실망과 고민에 빠져 있다.

반면에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여신금융업에는 규제개혁 방안에 부수업무의 네거티브 전환과 부동산리스 대상을 중소제조업체에서 중소기업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돼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업체계를 개선해 여신금융사를 기업여신 전문금융사로 육성하고 핵심 업무를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으로 구분해 일정비율 이내에서 개인금융을 규제키로 한 것은 또 다른 고민을 낳고 있다. 이는 1998년도 여신금융업법 제정을 통해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금융사를 등록제로 전환, 진입규제를 없애 특화된 여신금융사를 육성키로 한 입법 취지에도 배치된다. 금융규제 개혁방안은 피규제자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금융시장의 자금지원과 배분이 선순환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이번 규제개혁방안이 시장기능을 오히려 위축시켜 서민금융지원 역할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금융정책당국의 규제완화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와 후속 조치를 기대해 본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kks1038@crefia.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