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모바일시대를 지나 초연결사회로 들어서면서 전통적 면대면 교실중심에서 시작한 우리 교육도 고도화된 인터넷 기술과 더불어 시·공간을 초월한 스마트교육으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스마트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식정보의 유통과 공유다. 그 대표적 사례가 세계 유수대학들이 연합해 제공하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 할 수 있다.
효율적 정보 공유와 유통을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 표준화다. 표준이란 국제표준기구(ISO) 정의에 따르면 기술적인 규격 혹은 정확한 기준을 문서화한 합의 및 약속사항을 말한다. ‘표준화(standardization)’는 문서화한 합의 및 약속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마트교육에서 교육정보 공유 및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스마트교육 관련 요소들 즉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등의 표준화다.
표준화의 목적은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 상호호환성(interchangea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그리고 재사용성(reusability)을 높여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제품시장에서 표준을 선점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듯 글로벌 스마트교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현재 스마트교육 표준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SO와 IEC의 합동기술위원회(JTC1) 산하의 국제 교육정보기술표준화위원회(ISO/IEC JTC1 SC36)다. 이 위원회는 용어표준, 협력기술, 참여자 정보, 학습관리와 배달, 품질관리와 프레임워크, 플랫폼과 서비스, 접근성 등과 관련된 표준을 개발하는 총 7개의 워킹그룹으로 구성됐으며 총 4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SC36은 1999년에 설립돼 2000년 3월 영국에서 처음 회의가 열린 이래 매년 한두 차례 정기·비정기 총회를 열었다. 지난 6월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제27차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영역별로 표준 관련 국제프로젝트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주목할 내용은 빅데이터와 연계해 학습과 학습 환경을 이해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학습자와 학습자의 상황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측정, 분석, 보고하는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 즉, ‘교육데이터마이닝(educational data mining)’ 표준화를 향한 각국의 관심이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스마트교육을 주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디지털교과서’와 ‘사물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우수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마트교육 선진국으로서 국제표준화를 선점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특히 한국이 추진하는 디지털교과서와 스마트교육에 많은 국가들이 지대한 관심을 표했으며 우리와 정보교환 및 상호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온라인 교육시장을 이끌어 가는 데 필수로 요구되는 스마트교육 표준화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스마트교육 관련 국제표준화 활동은 기술적 관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지원 아래 주로 이뤄진다. 글로벌 스마트교육이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교육관련 부처 및 유관기관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최근 캐나다, 중국 등이 스마트교육의 국제표준화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독려하는 것을 볼 때 더욱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
미래 교육환경은 국가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발전된 미디어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육정보의 유통과 공유가 기본이 되는 글로벌 스마트교육으로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교육을 선도하기 위한 국제표준화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 dhkwak@sigong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