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와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등 가상화 기술 도입에 팔을 걷고 나섰다. LG유플러스가 NFV 기술개발을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서면서 관련 업계가 분주해졌다. 가상화는 5세대(5G) 이통의 핵심 요소로 통신사마다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볼브드 패킷 코어(EPC)’와 ‘IP 멀티미디어 서브시스템(IMS)’ 가상화를 위한 ‘V-EPC’ ‘V-IMS’ 두 가지 NFV 프로젝트에 나선다. LTE 교환기로 불리는 EPC는 LTE 코어망의 핵심이며 IMS는 HD보이스(VoLTE) 등 IP 기반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시스템이다.
NFV는 통신 서비스를 위한 기지국, 패킷 교환기, 인증시스템 등 기능을 장비와 분리해 가상화된 x86서버에서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지국을 예로 들면 무선신호처리부(RU)와 디지털신호처리부(DU)에서 DU를 떼어내 서버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고가 장비가 아닌 x86서버를 쓰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가상머신(VM)으로 유연하게 자원을 증설할 수 있다. 관리 편의성도 높아진다.
LG유플러스가 NFV 대상으로 삼은 EPC는 서빙게이트웨이(SGW), 이동성관리개체(MME), 패킷데이터네트워크게이트웨이(PGW) 등 고가 장비로 구성된다. 각 장비를 가상화해 범용 서버에서 기능하게 하면 그만큼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트래픽이 폭주할 때 가상화 기능으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단순한 연구 목적이 아니라 연말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국내에 NFV 상용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뿐만 아니라 IMS 관련 솔루션 등 10여개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NFV 도입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2월 HD보이스에 NFV 기술을 시범 적용했다. 2017년까지 기지국 등 다른 핵심 장비와 서비스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게 목표다. 최근엔 보라매 사옥에 NFV 기술을 적용한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KT는 지난 2월 일본 NTT도코모와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 연구개발(R&D) 협력회의를 개최했다. SDN과 NFV를 적극 도입해 트래픽 부하 분산, 품질 개선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2~3년 내 상용 NFV 서비스가 예상되며 통신사 간 가상화 도입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벤더가 어느 정도 가격을 낮추느냐다. NFV를 통한 비용 절감은 벤더에는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관련 기술과 솔루션 가격이 그리 낮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가격절감보다는 확장성과 민첩성 등에 NFV 도입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기술이 널리 확대되면 가격이 자연스레 낮춰지면서 NFV 등 가상화의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