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입은 `또봇` 레고와 반다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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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초 어린이날을 앞두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변신로봇 쟁탈전이 일었다. 매장에 로봇이 동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품귀의 주인공은 글로벌기업 레고의 ‘키마’나 반다이의 ‘파워레인저’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완구기업 영실업이 만든 변신로봇 ‘또봇’이다.

또봇 시리즈 가운데 ‘쿼트란’은 8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25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유통가 집계에 따르면 당시 남자 어린이 완구시장에서 또봇시리즈는 1위부터 6위까지 점령했다. 국내 기업이 만든 로봇 완구가 탄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레고와 반다이를 제친 것은 첫 사례다.

또봇은 스토리(이야기) 콘텐츠가 만들어낸 성과다. 제조라는 하드웨어와 이야기라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한찬희 영실업 대표는 “캐릭터 기획 단계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참여해 스토리와 캐릭터가 탄탄하게 맞물리면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고 완구 판매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고 말한다.

또봇 인기와 더불어 영실업 매출은 치솟았다. 2009년 209억원이던 영실업 매출은 2012년 542억원을 거쳐 2013년 761억원으로 뛰었다. 영실업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본다. 영업이익도 19%에 이른다. 연간 20억원 애니메이션 투자로 매년 연평균 40%대 매출 고성장을 잇고 있다.

스토리를 활용해 거둔 성공사례는 또봇만이 아니다. 3월 말 4대로 시작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 타요버스 역시 캐릭터로 선순환 구조를 만든 사례다. 부모를 졸라 버스를 타려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전국 곳곳에 130대가 운행 중이다. 타요 관련 라이선싱 문의도 쇄도했다.

김종세 아이코닉스 상무는 “한동안 부진했던 애니메이션과 완구 인기가 치솟은 것과 함께 타요버스에 어린이들이 몰리면서 버스와 버스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사회 곳곳에 확산시키자는 요구도 있다. 김종세 상무는 “인구 3만7000명의 작은 일본 항구도시 사카이 모나토는 요괴를 소재로 한 만화 캐릭터를 시내 곳곳에 활용하면서 관광지로 부상해 인구의 30배에 달하는 연간 100만명이 찾아 58억엔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서울에도 여러 유적지와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며 “이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로 만들면 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시민의 자부심 고취와 외래 관광객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실업 실적 추이

스토리 입은 `또봇` 레고와 반다이 눌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