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고시 임박...보조금 구분 공시 없으면 반쪽짜리 전락 위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고시 제정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하는 ‘구분 공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통신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구분하지 않으면 투명한 보조금 관리라는 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편법 판매장려금이 야기하는 소비자 차별 행위를 없애려면 보조금 구분을 엄격히 적용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부처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주 단통법 고시를 의결하거나 보고 내용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고시에는 보조금 상한선과 더불어 보조금 공시와 게시 방법, 내용, 주기 등에 관한 기준이 포함된다. 10월 1일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는 보조금을 고객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공시) 해당금액을 차별 없이 지급해야 한다.

고객들이 휴대폰을 구매할 때 지원 받는 금액에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재원이 합쳐져 있다. 제조사가 판매장려금을 이통사에 지급하면 이통사는 자사 지원금을 합쳐 최종적으로 보조금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다.

통신업계와 전문가들은 구분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통 구조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통법 취지가 이통사, 제조사, 유통가 현금 흐름을 투명화해 이용자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니 만큼 각 주체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도 구분 공시가 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급 주체 책임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구분 공시가 필요하다”며 “제조사 보조금을 구분해 공시하지 않으면 제조사가 투입하는 불법 보조금을 규제할 수 없어 시장 혼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분 공시가 이뤄져야 출고가 인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월 서울 고등법원 판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부풀린 휴대폰 출고가는 26.06%에 이른다. 출고가를 높이고 이를 보조금을 통해 할인해주는 것처럼 속인 것이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지원금을 구분해 알리지 않으면 단통법 취지가 완전히 희석된다”며 “제조사 장려금이 불투명하게 남을 경우 출고가 인하, 요금 할인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공개되지 않으면 눈속임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제조사 장려금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보조금 규모가 공개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이 약화된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기업 영업, 재무 비밀이 공개되면 닥칠 파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보조금 상한선이 정해지면 시장 원리에 따라 이통사와 자연스럽게 적당한 비율로 보조금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조사 장려금 재원에는 실제 보조금뿐만 아니라 유통망 이윤, 판촉비용 등이 포함돼 있어 가입자가 제공받는 가격할인 부분만 공시하는 것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없다”며 “게다가 일부 글로벌 공용 단말을 제외하고는 국가별 단말기 스펙에 따라 가격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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