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초고화질(UHD) TV의 HDMI가 2.0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소비자들의 문의에 삼성전자서비스는 4K/60프레임(P) 영상을 지원하는 HDMI 1.4의 개량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DMI 2.0이라고 자회사와 다른 설명을 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발행한 5~6월 카탈로그에 올해 출시된 자사 UHD TV 9000F, 8500F, 7000F 모델이 HDMI 2.0을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HDMI 2.0은 UHD 기기 간 연결규격으로 지난해 9월 확정됐다. 4K/60P와 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인 HDCP 2.2를 지원해 UHD 시대 표준 연결규격으로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형 모델부터 4K/60P가 가능한 HDMI 2.0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카탈로그 내용과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제 안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서비스가 HDMI 2.0 탑재를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카탈로그 내용과 달리 옛 버전인 HDMI 1.4 기반으로 4K/60P를 지원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답변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HDMI 1.4는 4K/30P가 한계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서는 미국 실리콘이미지 등이 올해 초 HDMI 1.4에서 4K/60P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HDMI 2.0 확정 후 데이터 압축전송 기술들이 개발돼 HDMI 1.4로도 4K/60P 전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엔비디아는 6월부터 그래픽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통해 색 데이터를 압축하는 방법으로 HDMI 1.4에서 4K/60P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이 HDMI 2.0을 지원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본사와 사업부의 공식 입장은 HDMI 2.0 규격이 확실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매장에서도 HDMI 2.0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HDMI 2.0을 지원한다”고 답변했다.
매장과 서비스센터의 말이 엇갈리자 삼성 UHD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보급될 셋톱박스 등 UHD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카탈로그 표시 내용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경우 사업자의 거짓 정보 제공을 금지하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 1항을 위반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카탈로그 정보가 소비자 구입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기에 지원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HDMI 1.4 답변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26일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 홈페이지의 해당 모델 스펙 소개에 HDMI 버전을 기입하지 않았지만, 미국·영국 등 삼성전자 해외법인 홈페이지에는 HDMI 2.0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HDMI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미국 HDMI LLC는 제조사들이 기입한 HDMI 버전에 대해 소비자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 제품에는 제조사 선택에 따라 HDMI 버전 기능 중 일부만 제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DMI 2.0 등장 후 각국 업체들이 버전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HDMI 2.0’ 마케팅에 나서며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