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진공관(Vacuum-Tube)은 트랜지스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라디오와 TV를 비롯한 각종 기기에 이용됐다. 하지만 트랜지스터가 등장하면서 진공관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작을 뿐 아니라 가볍고 튼튼하고 수명도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진공관은 트랜지스터보다 전력 소모도 많았지만 출력은 작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개발한 컴퓨터 애니악(ENIAC)은 진공관 1만 7,468개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 탓에 27톤이 넘는 무게는 물론 150KW에 달하는 전력을 필요로 했다. 이렇게 많은 소비전력을 필요로 햇던 가장 큰 이유는 진공관에 있었다. 진공관은 매일 같이 문제를 일으켜 애니악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부피는 큰 데다 소비전력도 높지만 허약했기 때문.
이렇게 진공관은 트랜지스터 등장과 함께 주연 자리를 빼앗겼다. 지금은 일부 오디오 마니아를 위한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진공관 기술을 응용한 진공 채널 트랜지스터(vacuum channel transistor)를 개발, 기존 반도체 소자로는 실현이 어려운 초고속 무선 통신과 초고속 CPU 실현이 기대된다고 한다.
나사가 개발한 진공 채널 트랜지스터는 진공관 원리를 이용해서 에미터와 콜렉터 간격을 150nm로 한 진공 상태를 만들어 접촉 없이 게이트 사이에 전자가 흐르도록 해 모스펫(MOSFET)을 대체한다. 전통적인 진공관은 에미터와 콜렉터 간격이 mm 수준이었지만 전극 사이 간격을 nm 수준으로 조절, 전자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는 기체 분자와 충돌하는 빈도를 줄이기 위한 감압 처리가 불필요하게 됐다.
또 나노 스케일도 최소화해서 열전자 방출도 불필요해져서 음극을 정전계에 두는 것만으로 전자를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극 부분을 나노 스케일로 최소화한 덕에 소자 크기를 크게 줄였고 기존 진공관이 필요로 했던 전력 소모 문제를 없앴다는 것.
나사가 진공채널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이유는 우주 공간에서의 내구력 때문이다. 우주는 높은 에너지를 지닌 입자와 방사선 등으로 이뤄진 우주선이 난무하는 거친 환경이다.
나사가 개발 중인 진공채널 트랜지스터는 이미 460Ghz에 이는 초고속 동작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한 초고속 CPU 실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주류인 실리콘 기반 반도체가 미세화 기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어의 법칙을 유지할 가능성을 진공채널 트랜지스터에도 엿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뿐 아니라 진공채널 트랜지스터는 테라헤르츠(THz) 대역, 300GHz에서 3THz 무선 통신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수십에서 수백 Gbps에 달하는 초고속 무선 통신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공채널 트랜지스터는 구동 전압이 10V로 높은 탓에 앞으로 저전압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제조기술도 개발해야 하는 등 과제도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