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반려동물의 신종플루 백신을 다국적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연구과제를 평가해 좋은 결과가 나오자 3년간 추가로 밀어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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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바이러스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 대응 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정부 정책기조가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최근 연구과제를 기술사업화까지 성공시키게 된 사연을 조심스레 꺼내놨다.

“지난 3월 백신분야 다국적 기업인 ‘얼리어’의 한국 내 자회사 ‘바이오노트’에 백신제조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기술개발 당시만 해도 너무 급한 일정이어서 효능은 좋은 반면, 정제도가 떨어져 일부 얼굴이 붓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덕에 해결 막바지 단계에 와있습니다.”

송 선임은 원천기술 연구를 선호하는 다른 연구원들과는 달리 기술사업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온 송 선임은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수의사 자리를 팽개친 ‘백신술사’다. 대학 3학년 때 박봉균 지도교수 전공이던 바이러스에 빠져 바이러스에 인생을 걸었다.

박사학위를 딴뒤 처음 취업한 곳이 동물약품 전문업체인 녹십자수의약품이다. 이곳에서 일하며 5종의 동물 백신을 상용화했다. 바이러스 백신 제품화 경험이 많아 백신제조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다.

송 선임은 지난 2006년 말 김포와 일산 일대에 개 괴질이 돌았는데, 이 원인이 조류독감으로 전염될 것이라는 것을 밝혀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해 주목 받았다.

“바이러스 연구에 빠지다보니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이러스 연구 전담조직이 있는 생명공학연구원에 눈길을 주게 됐습니다. 그래서 옮긴 것이 2010년 9월 입니다.”

생명연에 와서는 신종플루 백신과 치료제, 면역증강제를 개발하기 위한 중동물 모델 임상실험 및 평가 등을 주로 했다. 지난해 돼지폐사를 막는 백신 개발도 송 선임과 단짝인 정대균 생명연 박사와 함께 일군 연구결과다.

송 선임은 개 인플루엔자인 H3N2가 조류에서 개, 개에서 고양이로 전파되는 종간 전파 모식도를 완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과제로 개 인플루엔자의 종간 감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만능 바이러스 백신으로 불리는 유니버설 백신 개발도 최근 연구과제 중 하나다.

송 선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출장을 다녀왔다. 사우디 당국이 낙타에 메르스코로나가 창궐하자 송 선임을 포함해 전 세계 바이러스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말에서 인플루엔자를 분리, 백신을 만들어 국내기업에 이전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여러 종의 백신 상용화가 조만간 손에 잡힐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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