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에 대한 연비 재검증에서도 통일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반면에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향후 연비 과장을 둘러싼 소송전 등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26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간 진행한 현대차 싼타페2.0과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 재검증에서 기관별 검증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된 싼타페의 경우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산업부와 국토부 기준 모두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왔으나 석유관리원에서 산업부 기준 부적합, 국토부 기준 적합 판정이 나왔다. 어느 기관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자 재검증 자체가 무효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재검증 이전인 지난해 산업부와 국토부가 각각 실시한 연비 조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해 국토부 자체 조사에서는 싼타페 복합연비가 8.3% 과장됐으며, 코란도스포츠는 10.7%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부에서는 두 차량이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이를 토대로 이날 국토부만 연비를 과장한 현대차에 법정 상한선인 10억원, 쌍용차에 2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실은 향후 이 같은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 연비 사후규제 기관을 국토부로 단일화하고, 연비 측정기준도 두 부처 기준 가운데 엄격한 쪽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연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비 중복규제에 따른 소비자 및 업계 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비자가 국토부 측정 결과를 근거로 연비 과장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제조사가 산업부 자료를 내세우게 되면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지난 24일 싼타페 고객 3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선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보상을 명령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중복규제를 하도록 법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가 과징금이나 과태료 이외에 소비자에 대한 배상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기 때문에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스스로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싼타페 연비와 관련한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당사는 매우 혼란스러우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두 부처의 시험 조건 및 적합 여부 판단기준이 상이해 다른 시험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대고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