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 신경세포 성장과 분화를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복잡한 뇌 신경망 구조에서 신경세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팀은 빛으로 뇌 신경세포 성장인자수용체를 원격제어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광유도 뇌신경세포 성장인자수용체(OptoTrk)’로 명명된 이 기술은 빛으로 세포막에 위치한 특정 수용체를 원격 조정하는 광유전학분야 신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신경세포 분화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신경세포에 별도의 물질처리를 하지 않고 빛만을 사용해 신경세포가 작동하게 한다. 빛을 쬐어 주는 순간 수용체는 순식간에 활성화되고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을 유도해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유도한다.
지금까지는 생체작용물질(natural ligand)이 특정 수용체를 조절하는데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수용체를 시공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시간 소요로 인해 세포 내에 역동적인 신호망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광유전학 기술을 도입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광유전학은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 각광받는 학문으로 미생물이나 식물에서 발견되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인간이나 동물세포에 적용해 세포의 여러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허원도 교수는 “빛의 장점은 형광등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는 것인데, 단순하게 빛을 쬐어주고 다시 끄는 방법으로 세포막 수용체를 조절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빛을 쬐어주는 빈도를 조절함으로써 하위 신호전달 지속성도 조절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세포 분화 또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여러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성장인자수용체(OptoTrk) 기술을 이용한 뇌과학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방법으로 뇌의 복잡한 신경망 구조에서 신경세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규명하는데 획기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4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