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년 의료기기 통계조사를 실시하면서 기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허위로 실적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나 통계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업체들로부터 실적을 보고 받아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관한 통계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료는 의료기기 산업에 관한 국내 공식통계로 인정받아 의료기기 관련 정책수립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보고에 응하지 않은 기업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식약처가 통계 조사를 명분으로 상세한 기업 영업정보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경우 생산량은 물론 생산금액, 생산단가까지 보고해야 한다. 생산단가는 부가세를 포함한 공장도 출하가를 1원 단위까지 기재해야 한다. 생산단가 즉,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기업 비밀과 다름없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는 수출 통계도 마찬가지로, 포장단위당 수출량과 수출단가를 품목별로 기재하고 수출 국가까지 세부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고 누락 시 행정처분을 받게 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실제 금액이 아닌 축소 또는 과장된 수치로 실적을 보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업비밀이나 다름없는 생산 및 영업내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 수치를 거짓으로 보고하는 일이 관례화됐다”고 털어놨다. 또 “조사 필요성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축소 또는 과장된 실적 보고는 통계 신뢰성 추락과도 직결된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통계 작성을 위해 별도 예산을 들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조사를 위탁하고 있는데, 부정확한 통계 조사에 비용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무엇보다도 2020년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정부의 중장기 의료기기 산업 발전 계획 수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의료기기 시장 조사 방법 등에도 오류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기기 산업 자체의 분석은 물론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도 의료기기 시장 분석에 대한 연구개발 등을 바탕으로 통계를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