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업계 `2세경영` 본격화…아버지 회사 내가 키운다

대기업이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해 가는 가운데 국내 중견 가전업계는 2세 경영에 본격 돌입했다. 1세대인 아버지가 기반을 닦아놓았다면 2세 사장은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공격적 마케팅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2세 출신’ 인식 벗고 공격 경영으로 회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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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리홈쿠첸은 창업주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07년 리빙사업부 대표를 역임했으나 2010년 돌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동건 회장은 장남에게 자리를 던지고 중국, 러시아, 미주 등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 뜻에 따라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시장을 개척했고 2012년에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후에야 그는 올해 3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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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쿠쿠전자의 구본학 사장은 2006년에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구 사장은 1996년 쿠쿠 기술연구소 직원으로 입사해 98년도에 쿠쿠 브랜드 론칭을 추진했다. 이후 정수기시장에 진출해 홈쇼핑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고 공기청정 제습기까지 출시했다. 제품 다각화와 건강생활가전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쿠쿠는 2006년 매출 3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쿠쿠는 올해 9월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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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부강샘스·레이캅코리아 대표는 아버지 이하우 회장의 뒤를 이어 2010년 대표가 됐다. 처음에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의사출신 노하우를 살려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2007년 침구 살균청소기 ‘레이캅’을 내놓은 뒤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100억원을 넘겼다. 해외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레이캅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수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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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여성 경영자인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도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권 대표는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의 장녀로 비데 업계 첫 여성 대표다. 권 대표는 유능한 언어 실력으로 해외 거래처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수출 국가는 24개국에서 지난해 54개국으로 늘었고 취임 후 약 9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254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실무 쌓으며 경영 수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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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스전자 오성진 부사장은 창업자인 오태준 사장의 장남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회사 이미지를 젊은 감각으로 바꾸고 홍보와 마케팅 부서를 거쳐 현재는 신규 뷰티케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수출에 공들인 결과 고데기, 헤어드라이기 등을 중국, 중동, 이란에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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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 1위 업체인 위닉스는 지난 5월 윤희종 위닉스 대표의 장남 철민씨가 대표로 있는 위니맥스와 흡수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철민씨는 위닉스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자연스럽게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위니맥스에서 애프터서비스 조직과 대리점 등 유통망을 구축한 경험을 앞세워 위닉스에서 굵직한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위닉스와 위니맥스의 합병이 완료되면 위닉스 내에서 위치가 결정될 예정이다.

교원그룹도 위닉스처럼 합병으로 자녀의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장평순 회장의 맏딸과 아들이 2012년 회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교원그룹은 아들 동하씨가 70% 이상 주식을 갖고 있던 교원L&C와 합병을 단행하면서 아들의 교원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동하씨는 교육부문 과장을 맡아 실무를 익히고 있다.

◇아버지 색깔 넘어서야…아직 전면 나서기엔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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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난로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파세코도 2011년 유일한 대표가 아버지 유병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 대표는 2008년 7월 파세코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유 대표는 파세코의 강점인 석유난로 제조 노하우를 살려 취임 이후 캠핑용 석유난로 시장에 진출했다. B2B 사업모델에서 제습기 등에 진출하며 B2C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아직은 언론에 나설 만큼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사업 색채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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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