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방송장비, 외산 일색 UHD 방송장비 시장서 잇단 성과

국산 방송장비업계가 초고화질(UHD)용 방송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UHD 원년인 올해 국내 업체들은 첨단 기능의 셋톱박스·송신기·모니터 등을 앞세워 해외 경쟁사들을 따돌린다는 목표다.

셋톱박스 전문업체 휴맥스(대표 변대규)는 이달부터 일본에 케이블 TV 4K UHD 시험방송용 셋톱박스를 공급한다. 4K/60프레임(P) 규격인 이 제품은 RF(동축케이블) 방식만 지원하는 경쟁 일본 업체 제품과 달리 RF와 IP방식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일본 주요 지역의 공공장소에서 시연될 시험방송에는 일본 대표팀 경기 등 4개 월드컵 경기가 4K로 송출될 계획이어서 4K붐을 타고 휴맥스의 일본 시장 공략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휴맥스 관계자는 “최근 4K를 타고 일본 셋톱박스 시장이 성장세에 있다”며 “올해 1분기에만 일본에서 185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실적 167억원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송신기기 전문 업체 진명통신(대표 김중일)은 UHD 송신기 국산화에 성공해 최근 SBS에 1㎾급 송신기 ‘SKY1000-UHD’를 납품했다. 이 제품은 DVB-T2 규격으로 SBS 4K UHD 실험방송에 쓰이고 있다. 수도권 일대에서 진행되는 이번 실험에서는 이동수신 등 UHD 방송에 필요한 다양한 항목이 예정돼 국산 송신기의 품질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중일 대표는 “올해 NAB에서 Best of Show상을 수상한 기술력으로 UHD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상제작용 모니터 전문업체 티브이로직(대표 이경국)은 UHD를 앞세워 올해 목표를 세계 시장 점유율 20%로 잡았다. 올해 UHD 방송 시장이 개화하면서 UHD 영상제작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수근 티브이로직 부장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근 제작용 모니터 분야에서 15%대 점유율로 세계 3위에 올랐다”며 “월드컵을 기점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방송제작 4K 모니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국내업체들은 UHD에 쓰이는 차세대 압축코덱 HEVC(H.265) 디코더와 인코더, UHD 모니터링 분석기 등 UHD와 관련해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제는 산적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세계 방송장비 시장을 석권한 배경에는 카메라에서 시작되는 ‘방송장비의 수직계열화’와 총무성, NHK 주도의 업계 협력 생태계 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4월 내놓은 UHD 방송장비 개발 분야 58억원 지원 등 UHD 육성책이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방송장비 시장은 1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전체 TV 중 UHD TV 비중이 올해 13.4%에서 2020년 45.3%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며 UHD가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붐을 타고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