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對) 중국 수출 실적이 악화한 것은 가공무역을 위주로 한 우리의 수출 전략이 중국의 정책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현지 소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중국 수출 전략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7.6%에 달한다. 현지 진출 기업이 전자부품이나 섬유류 등 국내에서 보낸 중간재를 비교적 간단하게 가공해 타국으로 다시 수출하는 가공무역 분야에 대중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가공무역품에 대한 관세혜택 등을 줄이고 내수 확대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이 흔들린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13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달보다 9.4% 줄었다. 지난해 2월 이후 대중 수출이 처음 하락세를 보이면서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물론 수출 악화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정부 안팎에선 가공무역 비중이 과도한 우리의 수출 구조를 발빠르게 변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올해 1∼4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1.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에 미국은 10.5%, 유럽연합(EU)은 16.1%나 수출액이 뛰었다. 미국의 경우 대중 수출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은 14.5%에 그쳤다. 올해 1∼4월 대중 수출 증가율 2.9%를 기록한 일본도 가공무역 비중이 34.6%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중국의 총수입에서 가공무역 관련 수입 비중은 2007년 38.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5.5%까지 내려갔다. 수입 시장에 변화가 불고 있는데도 우리의 수출 구조는 가공무역에 평균치를 훌쩍 넘는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 수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현지 소비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방식으로 수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오상봉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중국을 겨냥한 맞춤형 소비재 상품 개발과 고급제품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들이 온라인 수출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국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