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 900㎒, 통신용 황금주파수로 변신하나

내년 하반기 900㎒ 대역에서 방송중계용 주파수가 모두 이전하면서 8㎒ 폭 새 주파수가 나온다. 이동통신용으로 배정된다면 900㎒가 통신용 황금주파수로 떠올라 귀추가 주목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방송중계용으로 쓰던 942~950㎒를 회수해 재배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6월 초 회수·재배치 공고를 내고 손실보상 접수, 보상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

이번 재배치는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결정을 집행하는 것이다. 당시 방통위는 주파수 회수·재배치 계획을 확정하며 방송중계용으로 쓰는 900㎒를 1.7㎓ 대역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 중 952~959㎒ 대역은 2009년 재배치 작업을 시작해 2011년 KT(949.3~959.3㎒, 다운로드 대역)가 경매를 거쳐 가져갔다. 6월 시작되는 재배치 작업은 이 대역에 인접한 나머지 8㎒ 폭(942~950㎒)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황금주파수’로 꼽히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누더기 주파수’ 취급을 받던 900㎒ 대역 정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900㎒는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장애물 회피도(회절성)가 높아 황금주파수로 꼽힌다. 유럽 등에서도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와 함께 롱텀에벌루션(LTE)용으로 쓰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RFID/USN, 무선마이크, 무선데이터, 방송중계용 등이 혼재되며 제구실을 못했다.

KT는 900㎒ 10㎒ 폭(단방향) 기준을 할당받은 뒤 지난해 경매과정에서 구형 무선전화기, RFID 간섭 등으로 해당 주파수를 제대로 못 쓴다며 ‘900㎒ 불량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래부는 그동안 방송중계용·RFID·KT 900㎒ 주파수 이동 등으로 900㎒ 대역을 정비해 왔다. 이 때문에 942~950㎒ 방송중계용 주파수 1.7㎓ 대역 이사를 마지막으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에 회수되는 8㎒ 폭은 KT 900㎒ 다운로드 주파수(949.4~959.3㎒)에 인접했다. 이론상 KT가 가져가면 유리하지만 기술적 제한 등 난제도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용으로 용도가 결정되면 KT가 다운로드 전용으로 확보하고 이를 막기 위해 경쟁사가 견제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 미래부에서 회수된 900㎒를 어떻게 쓰겠다는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942~950㎒은 현재 공공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다. 미래부는 주파수 계획과 수요를 고려해 구체적인 사용처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942~950㎒ 대역의 근본 취지는 공공용으로 비면허 대역으로 공공 주파수로 쓸지 사업자에게 분배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주파수 수요를 고려해 적합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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