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가입자 인적사항을 건네주는 시스템이 표준·명문화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필요할 경우 표준 양식으로 통신사에 가입자 정보를 요구하고, 통신사는 전담기구를 심사를 거쳐 자료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연말까지 통신자료 제공 요청·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최근 세부안 마련에 들어갔다.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제출하는 자료제공요청서가 표준화되고 통신사는 사내에 수사기관 요청의 정당성을 심사하는 전담 조직을 두는 것이 골자다.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도 명문화한다.
수사기관은 자료제공요청서에 수사대상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가이드라인에 부족할 경우 자료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보·수사기관이 가입자 인적사항을 요구하면 사업자가 “이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료제공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에게 재량권을 준 셈이지만 이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사실상 거의 모든 경우 수사기관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 현실이었다.
미래부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한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해지일자, 전화번호 등 정보는 2012년 82만800건에서 지난해 94만4927건으로 15.1% 증가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정은 자료제공 조건과 상황을 구체화해 수사기관 남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사업자와 수사기관 등 의견을 청취해 연말까지 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신자료 제공 절차가 까다로워지지만 가입자 정보보호를 위해 통신사 심사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시민단체 등은 통신사가 수사기관 영장 없이 자료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수사기관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받아주는 것이 관행”이라며 “통신사 자체 심사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침을 명문화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