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시스템 부처별 분산 구축...국가안전처 등 재난대응 통합 `무용지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설립, 국가재난관리를 통합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난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육상·해상·산림·수문기상 등 분야별로 분산 구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처 설립 전에 관련 프로젝트가 개별적으로 착수돼 추진되면 변경된 업무 프로세스와 표준 데이터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제각각 운영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희생자를 초래한 정부의 미숙한 재난대응 체계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2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의 통합재난안전체계 구축, 해양수산부의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 산림청의 산림재해통합관리체계 구축, 국토지리원·기상청·소방방재청의 수문기상 재난안전공동활용시스템 구축 사업 등이 개별적으로 추진된다. 대부분 사업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에 발주됐으나 사업자 선정 절차는 사고 후 진행한 사업이다. 국가안전처 설립으로 정부 재난관리를 통합한다고 결정됐으나 시스템 구축은 기존대로 강행했다.

방재청이 추진하는 통합재난안전체계 구축 사업은 태풍·호우·홍수·폭설·지진·화재·붕괴 등 재난현장 관리체계를 구축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해상재난은 포함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인 지난 4월 10일 발주됐으나 단독응찰로 1차 입찰이 유찰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인 5월 9일 재발주가 이뤄졌다. 방재청은 올해 △재난안전정보개방관리시스템 △모바일 재난정보포털 앱 △재난관리자원공동활용시스템 △공공헬기공동활용시스템 △종합신고표준체계 △재난현장대응시스템 등을 구축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2018년 완료할 예정이다.

해수부가 주관하는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은 선박·수산 등 해상 분야 재난만을 대상으로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인 3월 28일 발주됐으나 1차 단독응찰로 유찰돼 현재 2차 입찰을 진행한다. 해수부는 연말까지 산재된 해양·수산 관련 재난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산림청 산림재해 통합관리체계 구축 사업도 3월 28일 발주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인 5월 13일 개찰을 실시, 사업자를 선정했다. 국토지리정보원·기상청·방재청이 추진하는 국가 수문기상 재난안전공동활용 시스템 사업 역시 3월 17일 발주해 4월 23일 사업자를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안전처 설립 전으로 재난관리 업무 프로세스가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부처들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시스템은 업무프로세스에 맞춰 개발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지·해상·산림·수문 등 재난관리시스템이 공통 플랫폼 기반이나 표준화된 실시간 정보유통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처럼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난관리 전문가는 “국가안전처가 수립되고 충분한 논의를 한 후 육지·해상·산림 등 개별 재난관리시스템이 공통적인 아키텍처 기반으로 구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처럼 제각각으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된 국가 재난관리 대응체계를 통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를 담당하던 주무부처는 여전히 개별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4개의 개별 재난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은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하는 전자정부 지원사업이지만 발주기관 간 한두 차례 회의만 진행했을 뿐이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사업 추진이 적합한지 자문은 받지 않았다.

사업 추진 부처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에 전자정부 지원사업으로 발주된 것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을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정부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안행부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 후 재난관리시스템 구축 관련기관 간 회의를 갖고 향후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더라도 개별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진행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개별 추진된 재난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 자료:나라장터>

세월호 침몰사고 후 개별 추진된 재난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 자료:나라장터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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