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살우는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결점이나 흠결을 고치려다 일이 더 크게 잘못되는 경우를 빗댄 말이다. 속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와 일맥상통한다.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가 정도가 지나쳐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개선은커녕 개악이 되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피아를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 이후 곳곳에서 교각살우의 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서두르게 되면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낳는다는 것이다.
일부 관피아의 비리와 과오 등 일탈로 인해 전·현직 관료를 비리집단처럼 매도하거나, 퇴진시키는 것은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대의명분이 자칫 공공기관의 혼란이나 약화를 초래할 경우 효과가 반감됨은 물론이고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
관료를 대체할 마땅한 인재가 충분할지 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차관을 역임하고 공공기관장을 두루 역임한 모 인사는 전직이든 현직이든 관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충실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규칙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관피아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관피아가 훨씬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현직 관료를 예외 없이 바늘방석으로 내몰게 아니라 ‘옥석’을 가리는 현명한 판단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다. 관피아 척결이라는 총론에 이어 각론도 공감을 유발해야 한다. 싸잡아 비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관료 출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