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조경제 일굴 기린아, 문화금융

문화콘텐츠산업이 세대를 아우르는 소비 증가와 K-팝,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류가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꾸준하다. 자원이 부족하지만 창의적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로서는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은 필수 과제고, 창조경제를 실현할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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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6.5%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관련 무역수지는 게임, 방송 수출에 힘입어 2008년 이후 흑자 행진이다. 개인 문화·오락서비스 수지는 2010년을 저점으로 회복세다. 서비스업 및 제조업을 웃도는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투자 활성화, 공제조합 설립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금융권은 이에 부응해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는 추세다. 산업의 영세성·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평가체계 전문성 제고와 상품 개발 등 금융권의 역할 증대가 기대된다.

◇창조경제의 지렛대, 문화금융

박근혜정부는 ICT·과학기술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의 핵심인프라로 활용되는 창조경제론을 제시하며 문화콘텐츠 산업에 적극적이다.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문화부는 서비스산업 제도개선과 함께 콘텐츠산업 육성 계획을 통한 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안을 내놓았다. 총 9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문화콘텐츠 및 디지털콘텐츠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 프로젝트 등에 투자 중이다.

정부정책 공조와 함께 금융권의 문화금융 지원도 늘었다. 창조금융 코드에 발맞춰 금융권은 ‘IP(지식재산)금융’에 이어 ‘문화금융’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섰다.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일반은행, 카드사까지 문화콘텐츠 직간접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금융권은 과거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최근 들어 창조금융의 새 코드로 문화코드가 떠오르면서 별도 부서를 만들거나 다양한 연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문화금융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문화콘텐츠 지원을 선포하고, 2012년 1월에는 국내 은행권 최초 문화콘텐츠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문화콘텐츠 분야 공급실적은 5417억원에 달한다. 당초 목표액 4500억원을 초과달성했다. 권선주 은행장 취임 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2500억원씩 3년간 총 7500억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창투사, 영화사, 정부기관, 방송사 등에서 외부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하고 기관, 학계, 분야별 전문가 50인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 운영체계를 갖췄다. 2012년부터 문화부와 공동으로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말까지 총 99개의 강소기업 육성대상을 선정해 대출, 투자, 컨설팅을 포함한 종합지원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전국 시도별로 최소 1곳 이상을 문화 콘텐츠 거점 지점으로 지정(전국 56개)하고 거점별로 문화콘텐츠 전담자 (콘텐츠 디렉터)를 배치해 현장에 밀착한 문화콘텐츠 기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년 2회 이상의 콘텐츠 심사 역량강화 집합 교육을 실시하고, 행 내 문화콘텐츠 금융 관련 사이버 강의 개설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문화콘텐츠 금융 기반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산업은행은 창조경제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 발맞춰 관련 산업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에 국한됐던 문화콘텐츠 투자를 영화로 확대했다. 2012년 말 CJ펀드 6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CJ펀드를 통해 2013년부터 해당 분야에 자금지원이 되기 시작했다. 펀드 운용기간은 5년이다.

2013년부터 산업은행이 CJ펀드를 통해 투자한 영화는 ‘고령화가족’ ‘더웹툰’ ‘설국열차’ ‘감기’ ‘스파이’ ‘깡철이’ ‘롤러코스트’ ‘공범’ ‘소녀’ ‘AM11’ ‘조난자들’ ‘방황하는 칼날’ ‘명량’ 등이다.

수출입은행은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 문화콘텐츠 수출이 가능하면 담보대출 위주의 시중은행 자금 공급 관행과 달리 해당 콘텐츠의 사업성을 주로 평가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 상영함으로써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까지 오른 3차원(3D) 애니메이션 ‘넛잡(The Nut Job)’에 제작자금 및 해외 홍보활동 자금으로 총 70억원의 금융을 제공했다.

올해 수출입은행은 고용창출 및 수출파급 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창조산업 지원 강화의 일환으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총 2200억원의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들도 문화금융 상품개발과 지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화제작사와 공동마케팅 협약을 맺고 영화 관객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시네마정기예금을 영화마다 내놓았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한 상품인 ‘영화사랑적금’을 출시했고, 14만2992좌에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예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은행은 ‘KB창작동화제’ ‘나도 뮤지컬 스타다’ 등 공모전을 꾸준히 개최하며 신인 발굴도 병행 중이다.

우리카드는 빅뱅, 싸이, 2NE1 등의 가수가 소속돼 있는 YG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지난 3월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방송, 공연 등과 결합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투·융자 리스크 최소화하는 맞춤형 지원체계 절실

일각에선 문화금융 지원이 늘고 있지만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금융’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인데다, 위험을 분산할 금융기법도 아직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손실로 인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대형기획사의 문화기획에만 금융사의 지원이 편중돼 실력을 갖춘 중소 문화기획사들이 소외되는 문제도 나타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으로 관련 융자 및 직간접 투자방식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자본속성의 차이에 따른 효율적 금융커버리지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은행, 증권, 캐피털 등을 연계해 기획, 성장, 성숙단계별로 각각 지분투자, 부채중심 금융(지재권담보), 지재권 유동화 등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또 문화콘텐츠 분야별 자금 조달 방식의 특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담보물을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출 및 투자 상품 개발도 필수다. 콘텐츠 특성에 따라 흥행 및 제작리스크 차이가 있으며, 이를 금리에 반영하거나 메자닌 상품(CB·BW 연계) 개발로 상품 스펙트럼을 다양화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투·융자 참여에 따른 위험들을 최소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 전문 인력 충원 및 전담조직 육성으로 장기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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