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전체가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로 인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약 1억 4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세계 3대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기록될 정도로 대형 사고에 해당한다.
2010년 이전에는 해킹에 의한 사고가 많았다면 2010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고가 내부자에 의한 것이다. 카드사는 마케팅과 경쟁을 위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계속해 추구해 왔기 때문에 개인정보와 같이 비용으로 취급되는 부분들은 극소화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이러한 일은 사전에 방지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취약점이 모바일결제 시장 등 신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금융사의 고질적인 수수료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국내에서 많은 금융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금융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직불결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나 창조금융을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금융벤처기업은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창조금융이라는 단어는 코넥스, 벤처투자, 대출처럼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벤처기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비단 제도 부재만이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은행들의 수수료 차별이다. 금융벤처기업들은 카드사보다 최소 5배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은행에 납부하고 있다.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벤처는 은행에 납부하는 수수료는 1.0% 수준을 나타낸다. 그러나 동일 지주회사 계열의 카드사 수수료는 0.05%~0.1%고 기업계 카드사의 수수료는 0.2% 정도다.
금융시장에 0.8%는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0.1%의 차이도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 금융시장인데 전체 거래규모로 보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5배가량이나 차이가 나는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금융벤처기업들의 시장 진입은 어렵다. 진입 후에도 발전이 어렵고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업이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창조경제나 창조금융을 외치며 금융벤처들의 성장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은행들의 수수료 부과율은 규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고 있다. 국내 금융 환경의 발전과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서는 금융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하고 이들의 육성을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은행 수수료 인하가 필수다.
은행 수수료의 인하가 이루어지면, 금융벤처기업들은 이전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가맹점에 제공함으로써 가맹점 확대의 기회를 얻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가맹점 역시 낮은 수수료로 결제를 이용할 수 있고 소비자는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사회적 후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은행의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금융벤처기업들이 카드사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실시간 계좌이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금융법 개정 통해 금융벤처들을 육성한다면 이전보다 안전성이 높은 금융시장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는 결제 수단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이전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금융벤처기업들의 육성 효과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육성은 국내 시장을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외화를 벌어오는 효자기업을 키우는 일로도 볼 수 있다.
국내 금융벤처업체들의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육성에 따라서는 페이팔과 같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떨칠 가능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융벤처업체들은 규제와 차별 속에서 국내 시장의 벽을 넘기는커녕 바라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은행 수수료율 인하와 같은 단기의 금융정책과 장기적인 제도나 법 개정,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통해 모바일 결제시장은 성장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후생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