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약점을 내부 기밀 문서로 찾아내야 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 다툼은 기밀유출 전쟁으로 이어졌다. 올초 법무법인 퀸 엠마뉴엘은 애플과 노키아간 특허 라이선스 내용을 담은 문서를 삼성 직원과 공유했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의 제재 위기에 놓였다. 애플과 노키아는 재정 수치 등 기밀 정보가 담긴 문서를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특허소송과 관련해 재판 전 증거 제시를 위해 노키아·에릭슨·샤프·필립스와 맺은 계약 문건 사본을 법정에 냈고 삼성전자가 이를 열람한 것이 발단이었다.
두달 후 삼성전자도 역공에 나섰다. 애플이 노키아와 NEC가 맺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공개시스템(PACER)에 올린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문서는 약 4개월간 공개됐다.
물고 물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밀 문서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때 논란이 된 ‘증거인멸’ 논란은 재판의 핵심 증거가 되는 문서 유출을 둘러싼 양측의 민감한 맨 얼굴을 드러냈다.
2012년 애플은 삼성전자가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등지고 있다고 고소한 바 있다. 애플이 문제 삼은 것은 삼성전자 내부의 이메일 삭제 시스템이다. 2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이메일을 삭제하는 내부 시스템이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한국 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담합 조사를 받았을 때에도 고의적으로 대량의 문서를 파기했다며 문서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도 애플이 증거가 될 만한 내부 문건을 파기했다며 스티브 잡스 전 CEO의 이메일 삭제 건을 문제 삼았다. 스티브 잡스가 2008년 이전에 주고 받은 이메일 전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역시 애플 제품과 비교해 ‘사용자경험(UX)’ 격차를 지적한 이메일로 곤혹을 치렀었다.
문서보존과 기밀 보안을 중심에 둔 두 업체의 줄다리기는 소송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