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시에 기술적으로는 이미 성숙한 산업으로 분류돼 이른바 전통기술(?)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의 기본적인 성능과 품질, 환경기술뿐 아니라 효율(연비) 및 안전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부족함이 여전히 크게 다가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자동차 전문 기술 인력 양성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 인력 양성에 필수인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전통기술이라는 인식 확산으로 점점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자동차 관련 학회에서 대학 및 대학원생들의 논문발표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흔히 자동차를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산업이라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기계 기술을 중심축으로 전자, 재료, 화공 및 디자인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되고 수많은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조립돼 하나의 완성품을 이루는 측면이 있다. 또 산업적으로는 다양한 투자와 고용효과를 가져오는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남은 과제도 많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미래에도 더욱 성장하고 핵심 산업으로 국가발전의 주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기술적으로는 기존의 성능과 품질을 넘어 사용자 감성을 만족시키는 시스템 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수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엔진, 변속기 등 개별적인 구성품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괄목할 만한 기술 발전을 이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개발된 엔진이 월드베스트 엔진으로 선정되고,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엔진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또 자동차 성능과 품질 향상에 힘입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기술적 발전 노력 덕분에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성능, 안전, 연비 등의 개발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기술적인 성과도 이뤄내고 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기계 중심의 전통기술을 넘어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한 축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다양한 연관 산업과 융합해야 한다. 또 사용자의 감성을 시스템의 한 요소로 포함해 이들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미래 자동차 시스템 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할 것이다. 동일한 성능을 가진 차량이라도 운전자가 듣는 소리를 비롯해 액셀러레이터 페달이나 의자의 느낌, 서스펜션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운전자들은 성능을 다르게 느낀다. 휴대폰의 미묘한 터치감 차이가 소비자 감성 품질에서 엄청난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은 감성적 시스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정책적으로는 산업정책과 더불어 에너지, 환경, 교육 등 자동차 관련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자동차 엔진, 변속기 및 각종 구성품의 개별적인 성능도 중요하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우수한 성능과 품질을 가져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정책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어느 부서에서는 엔진에만 주력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변속기만 주력해 이들을 결합한다고 좋은 품질과 성능의 자동차가 개발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유관부처들은 각 부처에서 담당하는 정책들이 국가적으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과 합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는 이러한 시스템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시스템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한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범부처가 머리를 맞댄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으뜸의 자동차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종화 아주자동차대학 총장(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jlee@motor.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