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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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소프트웨어(SW) 시장에 ‘부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민요 ‘까투리 사냥’을 들어보면 중간에 까투리를 풀 섶에서 나와 날아오르도록 ?는 소리가 있다. 지방마다 이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남쪽 지방에선 ‘훠이여’, 북쪽 지방에서는 ‘우여’라고 한다. 중부 지방에서는 ‘부요’라고 외친다.

부요라는 단어를 사용한 곳은 한국형 리눅스 운용체계(OS) 개발팀이었다. 리눅스의 희망과 도전정신을 나타내는 펭귄을 높이 날리자는 뜻을 담아 이름 붙였다. 부요를 통해 리눅스 산업도 크게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특히 부요의 등장배경에는 소수 기업에 종속된 국내 SW시장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정부 차원의 의지가 녹아있었다. 당시 이를 추진했던 ETRI와 KIPA는 의욕적으로 부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년 가까운 개발 끝에 첫 모습을 보인 부요는 타 외산 리눅스OS 제품과의 벤치마크테스트 결과 만족스런 수준으로 평가됐다. 업체를 통해 일부 무상배포도 이뤄졌다.

하지만 부요라는 펭귄은 결국 날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공분야에서 외면한 탓이 컸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윈도XP 서비스 지원종료가 현실화되면서 정부가 다시 공개SW에 눈을 돌렸다. 고민 끝에 공개SW를 활용해 한국형 OS를 개발한다는 의지를 내놓았다. 특정 OS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하겠다는 명분인데, 굉장히 낯이 익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개SW를 선택한 정부 판단은 옳아 보인다. 이미 주도적으로 공개SW를 채택한 독일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OS개발 여건도 나쁘지 않다. 결국 남은 과제는 한가지다. 개발된 OS를 공공에서 사용해 주는 것이다. 공공분야 적용은 민간을 비롯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종속성문제에서 벗어나는 유력한 대안이다. ‘부요’를 외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경험한 터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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