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지난해 순이익이 반토막 나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는 소폭 늘었다. 이익이 줄고 있는 추세인 정유사업을 벗어나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R&D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유사는 지난해 사별로 200억~4000억원(10~50%)의 순이익이 줄어든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대부분 R&D 비용은 전년도보다 소폭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도보다 19억원 늘어난 1513억원을 투자했다. GS칼텍스는 25억원 늘려 458억원, 에쓰오일은 13억원 늘려 109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전년도 105억원보다 82억원 줄어든 33억원을 R&D에 사용했다.
정유사는 전기차 배터리, 광학필름 등 전자정보소재, 바이오연료·탄소섬유, 정제공정 효율화·석유제품 품질 개선 등 각사의 장점을 살려 특화된 부문에서 R&D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정보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과 맞물려 2008년 이래 R&D비를 계속 증액해오다 이익이 급감한 지난 2012년부터 15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GS칼텍스도 R&D비를 유지하며 정유,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영역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바이오 부탄올과 탄소섬유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에쓰오일은 중질유 분해, 청정 윤활기유 개발 등 정유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R&D에 투자하고 있다. 신사업 부문보다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사가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 이유는 정유 사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R&D를 소홀히 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R&D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투자를 유지한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 수익하락 추세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며 “신사업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꾸준한 R&D 투자는 힘들어도 줄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별 연구개발 투자비와 순이익 / 단위:억원/ 자료:각사 취합>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