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짝퉁 IC카드 겸용 단말기(캣 단말기)’가 수년 전부터 불법 유통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마그네틱(MS)카드 단말기를 IC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곧 추진할 예정이어서 사전에 철저한 현황 파악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밴(VAN)업계와 POS단말기 제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거래 보안 강화를 위해 2008년부터 마그네틱 및 IC카드 겸용 단말기 보급 독려에 나섰으나 일부 제조업체들이 금형만 IC 겸용으로 만들고 실제 IC 모듈을 탑재하지 않은 짝퉁 단말기를 수만 대 유통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단말기 제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일부 영세 제조사들이 IC카드 겸용 단말기 금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IC모듈 연결 부분을 막아놓고, 단자 구멍만 열어 놓은 채 제작했다”고 밝혔다. 즉, 실제 단말기 안에는 IC모듈을 넣지 않았지만 외형으로는 IC카드 결제가 되는 겸용 단말기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겸용 단말기는 마그네틱 단말기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데다 IC모듈을 넣지 않으면 평균단가를 3만원 이상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 인기리에 팔렸다”고 증언했다.
가맹점 관리를 맡았던 밴업계 고위 관계자도 “최소 3∼4기종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당시 금융당국이 IC카드 활성화를 시급히 추진하는 것을 노려 짝퉁 단말기를 유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최근 보안 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2015년까지 모든 단말기를 IC 기반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부정사고가 주로 마그네틱 결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한 짝퉁 겸용 단말기 유통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속히 현장 점검과 제조사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 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IC기능이 없는 짝퉁 겸용 단말기가 최소 1만대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IC카드 전환 대책에 앞서 신용카드 가맹점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