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혁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 맞추지 못한 규제요인에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ICT를 기반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산업과 융합을 통해 변모하는 산업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본지는 100명의 ICT 산업계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ICT 분야에서 타파해야 할 10대 규제’를 선정했다.
현실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우선순위 규제만을 선별한 결과, 통신·방송시장에서는 ‘방송시장의 차별적 규제’와 ‘통신시장의 이중규제’가 혁파해야 할 대표적인 규제로 꼽혔다. 방송과 통신은 공공재로서 공익을 위해 일정부문 규제가 필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서는 방송법, IPTV법 등이 각각 달라 특정 매체가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이 각기 다른 점유율 규제를 받는 것이 쟁점이다. 최근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케이블 방송도 IPTV와 동등한 점유율 규제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위성방송은 점유율 제한이 없어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PP 매출 점유율 상한 규제도 논란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중규제가 뜨거운 감자다. 최근 불법 보조금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은 사안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휴대폰 유통 문제에 과징금을 종종 부과하면서 이중규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융합신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 타파도 필요하다. 스마트기기 확산과 함께 의료 패러다임이 ‘병원치료’에서 ‘질병예방’ 및 ‘원격진료’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융합형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의 중복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일정부분 개선이 요구된다. IT서비스기업의 계열사 시스템관리(SM) 사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 IT서비스기업들은 계열사 전산부서를 통합·출범한 기업이다. 계열사의 효율적 시스템 관리를 위해 IT서비스기업 수행이 불가피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시스템통합(SI) 등 개발 사업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 체계화도 시급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급증하는데 전 부처에 흩어진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사에서 사고가 나면 금융위원회가, 통신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와 각종 가이드라인을 쏟아낸다. 개인정보를 보호를 규정한 법률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지만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각각 분야에 개별법이 있어 혼란을 준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완화가 키워드다. 이 제도는 국가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명분으로 2012년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과징금 폭탄으로 사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RPS는 발전사업자의 한 해 발전량 대비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그 의무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지능형 전력망 분야의 진입장벽 완화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IT서비스기업 한 관계자는 “지능형전력망은 전력과 IT의 접목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지만 구축사업자 등록기준이 한국전력거래소와 전기사업자로 한정됐다”며 “방송통신사업자를 포함해 IT기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인 지능형 전력망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에 참여시키기 위해 등록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 해외접근성 개선은 쇼핑 한류와 함께 나타난 새로운 해결과제다.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공인인증서와 본인 확인 등을 요구하는 복잡한 결제 제도가 국내 상거래의 활기를 해친다는 지적이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형태의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와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본인 확인은 외국인의 국내 온라인 쇼핑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게임산업 셧다운제 보완목소리가 높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사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으로 강제한 제도다. 부모와 자녀가 게임 이용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합리적이다.
이 밖에 지식재산(IP)·특허와 관련한 서비스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해당 산업을 독립적으로 분류하는 산업분류 코드가 없는 실정이다. 기존 산업분류 체계로 분류해서 규제하는 바람에 산업활성화가 어렵다는 얘기다.
[표] ICT 발전을 위한 10대 규제개선 과제
(자료: 각 산업계·전자신문 종합)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