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2년 동안 133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방소프트웨어(SW)가 실질적인 군적용 테스트조차 실시하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국방SW 개발 과제 선정 시 수요 파악과 군과의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한 중소 국방SW 기업은 개발에 성공하고도 양산조차 못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수년째 막대한 비용만 쏟아 붓고 있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과제로 진행된 기동무기(전차) 자동장전장치 실시간운용체계(RTOS)가 성공적으로 개발됐지만 공식적인 군 테스트조차 받지 못한 채 군적용 추진이 종료됐다. 현재는 다른 국방 SW 개발이 정부과제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정부지원 80억원, 민간 53억원을 투입해 기동무기 내장형 실시간 제어시스템 운용체계를 개발했다. 이 사업에는 중소 SW기업인 MDS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템 등이 참여했다.
프로젝트 완료 후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현대로템기술연구소에서 전차에 적용하는 개발결과 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는 군의 공식 테스트가 아니어서 K2 전체에 적용하는 양산 과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결과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자동장전장치 RTOS는 각종 테스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그러나 공식 군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K2 양산체계에 적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구미 로템공장에서 K2 전차를 동원해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군으로부터 공식 인정받지 못했다. K2 양산 체계는 이미 시작됐다. 국방SW기업 관계자는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만 투자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회사 운영을 위해서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미래부는 또 다른 국방SW 과제인 전차 차량제어장치 RTOS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2015년 6월 완료 목표다. 방사청은 국산 차량제어장치 RTOS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자동장전장치 RTOS도 함께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자동장전장치 RTOS를 사장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차량제어장치 RTOS 개발이 완료되면 함께 양산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제어장치 RTOS가 개발이 완료됐다 하더라도 군적용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양산체계가 이뤄지려면 최소 3~4년은 지나야 한다. 더욱이 국산 차량제어장치 RTOS가 양산화될 수 있을지 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사청은 물론이고 범정부 차원으로 국방SW 국산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마련 적극 추진 중”이라며 “국방SW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WBS 지원 국방SW 국산화 과제 현황/ 자료:정부·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