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죄와 벌’이란 소설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유명하지만 고전이라는 소개에서 느껴지는 고리타분함 때문에 책을 읽어 보지 않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려 한다.
죄와 벌은 근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책 속에 묘사된 것처럼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뒷거리를 무대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가난한 학생 라스콜니코프는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해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蝨)’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 버린다. 그는 그가 믿는 사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 행위는 뜻밖에도 그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한다. ‘인류와의 단절감’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견하는 결과를 낳는다.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필리가 주장하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면서도 죄의식의 중압을 견딜 수 없게 된 그는 자기희생과 고뇌를 견디며 살아가는 ‘거룩한 창부’ 소냐를 찾아 고백한다. 또 정욕을 절대화하는 배덕자 스비드리가이로프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에 자기 이론의 추악한 투영을 보고 마침내 자수해 시베리아로 유형된다는 줄거리다.
죄와 벌은 제목이나 줄거리만을 본다면 죄의식을 탐구한 소설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주인공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공포와 다른 인간들로부터의 끔찍한 격리를 느낄 뿐이다. 주변인들의 사랑과 동정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이는 주인공이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기 때문이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라 고립의 체현일 뿐이다. 죄와 벌은 폐색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기를 원하고 기원하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으며 ‘카뮈’와 ‘베케트’로 이어지는, 20세기 ‘고독의 문학’의 위대한 선조로 평가 받고 있다.

죄와 벌을 읽다 보면 독자 역시 주위 다른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기만 한다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주인공처럼 착란에 빠져들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법조사 펴냄. 각 2000원.
자료 제공: 유페이퍼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