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하이퍼루프 캡슐 설계도

한창 전기차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테슬라모터스. 창업자 엘런 머스크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던지는’ 인물로 유명하다. 민간인을 우주로 보내준다며 ‘스페이스X’를 창업한 것도 우리나라였다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꿈같은 이야기가 단순한 꿈으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페이팔이나 테슬라모터스를 성공으로 이끈 ‘경험’ 때문이다. 이런 그가 지난해 여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이디어를 내놨다. 바로 ‘하이퍼루프’다.

하이퍼루프(Hyperloop)는 한마디로 초고속 이동수단이다. 땅 위에서 달리지만 고속 열차보다도 몇 배 빠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웬만한 비행기와 견줄 만한 속력을 자랑한다. 물론 아직까지 실현되지는 않았다.

엘런 머스크는 대체 왜 이처럼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캘리포니아 고속철도가 승인됐을 때 나는 절망했다. 어떻게 실리콘밸리에 이런 고속철도가 들어올 수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면서도 가장 느린 고속철도 말이다. 비행기보다 느린 걸 왜 타야 하나? 우리가 제안하는 새 교통수단은 더 안전하고, 더 빠르고, 비용이 덜 든다. 물론 더 편리하다.”

Photo Image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는 기본적으로 승객이 탄 캡슐이 철제 튜브 속을 달린다. 머스크는 당초 완전한 진공 상태 튜브를 구상했으나 먼 거리를 진공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고, 승객이 타고 내릴 때 진공이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완전 진공보다는 부분 진공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 캡슐이 공중에 떠있어야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자기 부상열차 방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강한 공기압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가 남는다. 공기가 들어찬(아무리 부분 진공이라고 해도 공기는 남는다) 튜브 속을 캡슐이 빠른 속도로 달리면, 마치 주사기를 밀 때처럼 공기 수축이 일어난다. 이를 배출해주지 않으면 튜브가 터지거나 캡슐이 공기압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머스크는 이를 공기 펌프로 간단히 해결한다. 캡슐 앞쪽에 고성능 공기펌프를 달아 전방의 공기를 뒤로 흘려준다는 것이다. 이게 공학적으로 가능한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 방식을 활용하면 최고 시속 1300㎞로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총 길이 613㎞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구간을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자동차로는 5시간 30분, 비행기로도 1시간은 가야 하는 거리라고 하니 하이퍼루프 빠르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캡슐에는 한 번에 28명이 탈 수 있다. 이를 2~3분에 한 대씩 출발시켜 시간당 840명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한다.

머스크 구상대로라면 다른 장점도 많다. 하이퍼루프를 교각 위에 건설할 생각인데, 이렇게 하면 교각이 들어서는 자리만 사면되기 때문에 철로를 까는 것보다 토지 매입비용이 줄어든다. 태양광을 활용하면 전력비용도 생각보다 적게 든다.

비용은 어떨까. 머스크가 생각하는 하이퍼루프 건설비는 75억달러(약 8조3000억원). 캡슐과 모터보다는 튜브를 건설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캘리포니아 고속전철 건설비가 700억~1000억달러라고 하니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탑승비도 승객 1인당 20달러 정도라고 하니 정말 저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이퍼루프는 모든 곳에 어울리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900마일(1500㎞) 이내 도시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적합하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다. 더 먼 거리는 비행기를 타는 게 더 빠르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일이 돼도 전 국토가 이 거리 안에 들어있으니 먼 훗날 우리나라에 하이퍼루프가 깔린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머스크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시제품을 완성하는데 4~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2020년 안에 하이퍼루프를 실제로 만나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