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17>경쟁 안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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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겉보기에 비슷해도 동일한 사업은 없다. 코카와 펩시도 얼핏 보면 같은 콜라 사업 같지만, 목표 고객, 가치, 접근법, 전략이 달라 다른 사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이 같아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고객의 어떤 가치를 채우는 것인지 따져보면 사실 각자 자신만의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혼자 사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경쟁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자기 땅에서 누가 더 빨리 개간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조금 더 과장하면 사업은 자기만의 경쟁이다.

필리 빈 에버노트 CEO는 “누군가 나보다 낫다고 해서 내가 꼭 실패하는 게 아니에요. 반대로 내가 상대를 실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못합니다. 벽돌이라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나요? 안 됩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자기 제품 더 잘 만들어야 해요. 가장 좋은 전략은 경쟁 자체를 하지 않는 겁니다”고 했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성인군자가 되라는 요구인가? 항상 양보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제품을 차별화하고 시장을 세분해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고 독점하거나 일등을 하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은 경쟁의 피를 흘리는 전쟁터로 내몰린다. 레드오션에 빠진다.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가져야 한다.

극장에 오는 관객을 보자. 얼핏 보면 모두 동일한 영화 관객으로 보이지만, 영화 마니아도 있고, 둘만의 호젓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커플도 있고, 대작이 상영될 때만 오는 뜨내기 관객도 있다. 그들은 같은 영화를 보러 같은 극장에 왔지만 다른 상품을 구매했다.

착시그림을 보듯 세심히 관찰하면 잠재고객 중 필요가 채워지지 않는 집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객과 시장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 집중하면 차별화의 틈을 볼 수 있는 매의 눈이 생긴다.

사람을 관찰하는 대신 다른 제품을 보면 모방의 길로 빠진다. 억지스럽게 차별화를 외쳐도 고객에게는 그게 그거다.

안철수 의원이 한 대중 강연에서 청중으로부터 “머리의 8 대 2 가르마는 언제 바꿀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나름대로 매일 변화를 주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섭섭하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고 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달라야 차별화다. 남들이 이미 하는 걸 조금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아예 가지 않는 곳을 가는 존재론적 차별화가 진짜다.

청개구리 마음보를 갖는 것이 차별화의 시작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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