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업계 과열 보조금에 다시 영업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말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함께 내린 `차별적 보조금 금지`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업체별로 각각 30일의 긴 영업정지 제재를 미래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방통위와 이통사 간의 전쟁(양문석 상임위원)`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방통위는 격앙됐지만 통신 업계는 이번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제재 효과`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미래부에 요청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이통사에 총 1064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부당하고 차별적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위를 즉시 중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3사 모두 지키지 않고 `2·11 보조금 대란` 등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
방통위는 지난 1월 조사에 착수, 24개 대리점 샘플 조사 결과 2만1638건의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를 발견했다. 이통사가 대리점에 불법 보조금 지급을 지시한 문자메시지, 정책표 등 사례도 50여건 적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시정명령을 어긴 사례 단 한건만 있어도 부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 권한은 일반적 시장조사에 따른 제재와 달리 방통위가 아닌 미래부에 있다. 하지만 조사와 사실 확인 모두 방통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미래부가 방통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위원들이 건의한 `30일 이상 영업정지`를 미래부가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이번 주 내 제재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통사는 영업정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시장 혼란 유발에 대해 송구스럽고 시장 안정화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다르다. 영업정지 제재는 어차피 3사 모두 부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 상황으로 보면 `±0`인 셈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초 순차 영업정지 때 이통사들이 서로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기회로 활용해 제재 효과가 없는 것이 드러났는 데 왜 또 영업정지 카드를 빼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론 방통위도 2013년 1월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각각 24일·22일·20일씩 부과된 영업정지 제재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영업정지 기간을 서로 겹치도록해 실제 제재 효과가 있도록 하고, 신규가입자 뿐만 아니라 (기기변경 등을 포함한) 전면적 영업정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기변경은 단말기가 고장난 가입자 등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제 제재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에 정부의 영(令)이 제대로 서려면 주도 사업자를 확실히 가려내는 조사 시스템 도입과 함께 대표이사 등에 대한 형사처벌 등 보다 높은 수위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아무리 방통위가 엄포를 놓아도 경쟁사의 공격으로 줄어드는 가입자 숫자를 가만히 보고 있을 CEO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규 방통위 상임위원은 “통신사가 서비스와 단말기를 함께 파는 현재의 구조를 제도적으로 바꾸지 않고 통신사에 제재만 내리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