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의 비친고죄 규정을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가 날카롭게 대립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국회에서 진행될 저작권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법률소비자연맹(이하 법률연맹)이 제기한 현행 저작권법에 친고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법체계상 잘못된 인식에서 나왔다고 공식 반박했다.
이처럼 문화부가 민간단체 주장에 행정부의 공식 반박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법률연맹이 국회의원 270여명을 대상으로 저작권법 위반 건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저작권법의 친고죄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기형 문화부 저작권정책과장은 “연맹에서 주장하듯 저작권법을 친고죄로 전환하면 지난 2006년 개정 이전에 문제로 불거졌던 형사고발을 가장한 로펌의 `협의금 장사` 격인 `법파라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로펌이나 법률기관이 형사고소를 미끼로 사소한 저작권 침해행위에도 소비자를 협박하는 소송 남발 행위가 번질 것이란 우려다.
이에 법률연맹 측은 법파라치를 난립하게 만든 것은 비친고죄 규정 때문이란 논리를 내세운다.
연맹 측은 “지난 2007년 저작권법을 비친고죄로 개정하면서 로펌 등 법파라치들의 고소고발이 늘고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작권법 위한 관련 법무법인 고소는 1075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33건) 줄어든 반면에 개인저작권자 고소는 1143건으로 336건이나 감소했다. 법률연맹 측은 좀체 줄지 않는 법무법인 고소를 확실하게 줄이기 위해선 권리자자만이 고소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안대로 친고죄의 범위를 법인저작자에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현행 법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를 내놨다.
금 과장은 “현행 법률에서는 형사상 고소 주체는 검찰만이 하는 기소 독점주의인데 이를 친고죄로 적용하게 되면 권리자만이 고소 주체가 돼 이를 대변한 법인과 로펌의 활동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소 주체가 검찰에서 권리자를 대변하는 법인과 로펌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이들에게 형사고소란 무기를 내주는 형식이 된다는 것이다. 법률대리인 측이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소송의 칼자루까지 쥐는 셈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저작권법 위반은 중대한 범죄가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친고죄가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넓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친고죄 범위를 개인과 단체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김찬동 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연맹이 법인권리자에게만 친고죄를 적용하자는 주장을 펼치지만 이동이 자유로운 저작권의 특성상 제3자가 고발할 경우 저작권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저작권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고발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저작권법이 소비자와 저작권자의 균형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개인의 구제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팀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작권 침해 사례도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저작권자의 보호를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유지와 함께 경미한 사안에는 법률적 구제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