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하려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선도하던 노키아의 몰락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거대조직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사태도 정책적 차원에서의 미래 준비 없이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 수출에만 의존한 탓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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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경제상황은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인이든 국가든 미래에 대한 투자와 준비는 생존 및 성장과 직결된다. 글로벌 경제의 다원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간 성장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졌다. 글로벌 신흥국들의 도약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였으나 페루·미얀마·인도네시아·필리핀은 6%대, 칠레·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콜롬비아는 4%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론 일부 신흥국의 국가신용도, 재정건정성, 물가상승률 등의 지표에는 문제가 있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 하에서도 이들의 성장세는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압축성장`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추월하고자 앞만 보고 달려오던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더욱 경쟁력 있는 체제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의 발굴과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가수가 히트곡 하나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없듯 국가도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끊임없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우리 여건과 역량에 적합하고, 선진국이나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 경쟁상황, 경제적 파급효과, 동반성장가능성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고려와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부만의 나홀로 노력이 아니라 결국 경제주체인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이 필수다.

지난 10일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가 정부에 제안한 `13대 미래성장동력`은 그런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우선 이 기획위원회는 국내 경제단체 8곳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5곳을 중심으로 구성한 민간 중심 협력 위원회다.

13대 품목에는 5G, 서브시(Subsea) 해양플랜트, 스마트카 등 차세대 이동통신부터 융복합 서비스, 에너지, 사회안전망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성장잠재력뿐 아니라 파급효과나 창조적 산업생태계 등의 여러 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항목들로 선정됐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큰일은 지금부터다. 선정보다 중요한 일이 제안된 분야를 진정한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적기에 적절한 투자와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미래성장동력들을 제시해왔다. 1990년대의 `G7 프로젝트`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참여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MB정부의 `신성장동력산업` 등 17개 부문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의 미래성장동력들 가운데에는 고속전철, 디지털TV·방송, 디스플레이 등과 같이 가시적 성장을 이뤄낸 분야도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야들도 상당수다. 결국, 제안된 미래성장동력을 실제 동력화하기 위한 시기적절한 정책적 노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13대 미래성장동력 품목은 글로벌 공감을 넓혀가고 있는 `창조경제` 구현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민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안했으니, 정부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민간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적절한 실행전략을 수립해 경제주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열정을 한 방향으로 통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때다. 13대 미래성장동력이라는 작은 묘목들이 미래의 거목으로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hn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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