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스팸 전화를 식별하기 위한 스팸 방지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스팸 전화 식별 앱이 온라인상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노출하는 부작용도 속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다.


KT 계열사인 KTCS는 5일 자사 스팸방지 앱 `후후`의 내려받기 수가 430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후후는 2200만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수신 전화번호의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대출권유나 불법 도박 서비스 안내 등 소비자가 스팸으로 인식하는 전화에 대한 신고를 다른 사용자가 수신 시 파악,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령 `1544-OOOO`과 같은 대표번호뿐만 아니라 010으로 시작하는 일반 휴대폰 번호도 사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대출 권유 번호`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신재윤 KTCS 114사업본부장은 “후후를 통해 하루 7만여건의 스팸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후후와 비슷한 앱으로 일반인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10여종에 달한다. 사용자가 적은 앱까지 포함하면 30여개에 이른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후스콜`을 비롯해 `더콜 스팸` `뭐야 이번호` `스팸전화DB` `누구세요` `됐거든요` 등 다양하다.
대부분 앱이 자사나 타사의 DB와 사용자 신고를 집계해 스팸 전화 여부를 알려주는 유사한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후스콜은 전 세계 사용자가 800만명에 이르는데, 한국 사용자가 이 중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난 한 달 동안만 가입자가 300만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스팸 방지 서비스는 필수적인 것으로 인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월 중순 상용화 예정인 `T전화`에 유사한 기능을 탑재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앱 방식이 아닌 선탑재 방식으로 향후 대부분 가입자들이 편리함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팸 방지 앱 사용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사례도 속출했다. 모르는 번호에 `지나친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오히려 개인정보를 노출하게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A씨는 오랜만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너 승무원 시험 준비했었냐”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A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지 않은 수신자의 스마트폰에 깔린 `후스콜` 앱이 자동으로 A씨 번호를 웹에서 검색해 화면에 띄운 것이었다. 해당 글은 `승무원 시험 스터디 모집` 내용이었다. 기자의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8년 전 대학교 게시판에 쓴 `분실한 USB를 습득하면 연락달라`는 글을 보여줬다.
모르는 번호를 `잠재적 스팸`으로 여기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한 스팸 방지 앱 사용자는 “아무리 웹에 노출된 내용이라지만 수신자에게 의도치 않게 신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게 돼 섬뜩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아웃바운드(적극적 텔레마케팅) 산업의 고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당국이 금융권 텔레마케팅을 금지했다가 실업자가 속출하자 이를 철회할 만큼 상당한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이다. 콜센터업계 한 관계자는 “스팸 방지 앱에서 마케팅 전화는 무조건 스팸이라는 프레임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사용이 늘어날수록 텔레마케팅 분야는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1월 `후후` 스팸전화 신고 유형별 건수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