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저탄소차 협력금 논란

태풍의 눈, 저탄소차 협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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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해 제도 도입 중단 또는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대한상공회의소).”

“저탄소 기술 및 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정홍원 국무총리).”

#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놓고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소비자가 신차(승용 및 10인 이하 승합차)를 구입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저탄소차 구매를 촉진하고, 수송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은 2009년 7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제도 도입 방침을 확정한 후, 지난해 4월 공포된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법률적인 토대도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저탄소차 협력금 도입 계획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논란의 핵심은 국내 신규 등록 차량의 84%에 달하는 중형 이상 국산차의 대부분이 부담금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산차 구매자가 수입차 구매자를 지원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세단인 현대 쏘나타(2014년형, 2.0 가솔린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는 환경부 계획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구매할 때 75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또 이 부담금은 2017년 150만원으로 두 배 인상된다. 특히 현대 신형 제네시스 최상의 모델(3.8 AWD)은 이산화탄소 배출량(210g/㎞)이 부담금 부과 최고위 수준으로 차값의 10%에 달하는 700만원의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BMW 520d(115g/㎞)의 경우, 협력금 `중립` 구간에 포함되면서 2016년까지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 CDI(120g/㎞) 모델도 같은 경우다.

또 보조금 지급 대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100g/㎞ 이하의 승용차가 대부분 수입차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도요타 프리우스(77g/㎞)는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3000만원이 넘는 구매가격이 2000만원 후반대로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수입 하이브리드 및 소형차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이 염려된다”며 “제도 도입을 중단하거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배경이다.

현재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가 프랑스·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싱가포르에 한정돼 있고, 소형차에 강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유력 자동차 생산업체가 없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규제 방침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친환경차 관련 기술 경쟁력이 약한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기치로 온실가스 감축을 핵심 과제로 정한 것이 현정부 들어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방침이 이미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논의돼 왔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차세대 기술 개발 기조도 친환경차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채찍`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대안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가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2009년 이후 현대·기아차 중형 세단(쏘나타·K5)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수준이 20% 이하에 머문 반면, BMW·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0% 이상 줄어든 것이 적절한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심하고 친환경 디젤 엔진 개발을 등한시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성능,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엔진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개발 노하우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비 향상 및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절박함의 표현이다.

또 완성차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품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학·연·관을 망라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중장기 연구개발 기조를 친환경차 기술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친환경·고연비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개발 노하우가 축적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국내 완성차의 연구개발이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도 국내 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 장치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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