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미국이 심각한 보안 위협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마그네틱 방식 신용카드를 칩 방식으로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해커의 표적이 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은행·소매업자가 안전한 신용카드 도입에 다른 나라보다 10년이나 뒤처져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카드 업체의 압력에 못 이긴 은행과 소매업체가 칩과 최신 보안 소프트웨어를 쓴 새 카드로 바꾸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80억 달러(약 8조5300억원)가 투자될 관련 법률안 발의자를 두고 다툼이 있는데다 은행과 소매업체 간 수수료 논쟁이 계속된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캐럴린 밸파니 마스터카드 월드와이드 수석 부회장은 “최신 신용카드를 도입하기 위한 확실한 단계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복잡하다는 점도 이유라 들었다. 신용카드 사기 피해금액이 연 11억달러(약 1조1700억원)로 그다지 크지 않아 은행·소매업체가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미국의 대형 신용카드사가 2015년 말까지 신용카드 교체를 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사기 구매와 관련한 책임을 은행·소매업체가 진다며 압박해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밸파니 부회장은 2015년 말까지 절반 가량 교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깃 등은 칩 내장 신용카드 사용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지만 소규모 업체의 경우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지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유럽에 이미 칩 내장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 됐다며 상대적으로 미국 소비자가 해킹 위험에 많이 노출됐다고 강조했다. 칩 내장 기술을 처음 도입한 서유럽은 소매업체의 90% 이상이 칩 내장 신용카드 사용 시스템을 갖췄으며 카드의 80% 이상이 칩을 내장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