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슨가족(The simpson)의 가장 호머 심슨은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웅물 `방사능맨`(아이언맨 패러디)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호머는 가족을 데리고 극장에 간다. 4명 기준으로 75달러나 되는 돈을 주고 봐야하는 것도 화가 치미는데 아이를 데리고 온 옆 자리 커플과 시비가 붙어 쫓겨난다. 결국 호머는 아들 바트 심슨이 다운받은 `해적판`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만족스러웠던 그는 집 앞마당에 스프링필드 주민을 불러 해적판으로 영화를 보여 준다.
하지만 밀고자로 인해 연방수사국(FBI)이 들이닥치고 스웨덴 대사관으로 급히 피신했지만 결국 잡힌다. 호머는 감옥에서조차 `연쇄살인범보다 더 나쁜 저작권침해자`로 낙인찍혀 괴롭힘을 당한다.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려는 찰나 호머는 감동적인 연설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그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는데….
미국 폭스TV를 대변하는 심슨가족은 1900년 이후 올해까지 총 25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방영 중이다. 호머 심슨, 바트 심슨 등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심슨가족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미국 내 만연한 정치적 갈등, 인종 갈등, 사회적 폭력, 가족 해체 등을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심슨 가족은 동시대에 가장 `핫`한 문제를 다룬다. 가족 간의 사랑 등 도덕적 가치와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조롱했던 심슨 가족이 시즌25 에피소드8에서는 저작권 문제를 다뤘다. 이는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 등과 관련해 미국 국회에서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안(SOPA)`과 `지식재산권 보호법안(PIPA)`이 여전히 계류 중인 것과 맞물려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2010년 하원에서 발의한 SOPA는 웹사이트 운영업체 측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웹사이트 사용자가 업로드하는 모든 자료와 정보를 감시하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료를 추려내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PIPA도 비슷하다. 법안을 넘어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산업군의 알력 다툼도 볼만하다. 워너브라더스, 비아컴, ESPN 등 콘텐츠 회사는 찬성하고, 웹사이트 운영업체 페이스북, 구글, 위키피디아, 이베이 등은 반대한다.
법안은 과연 통과될까. 전문가들은 법이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작권은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세계 70억 인구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대다. 이를 임의적으로 막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에피소드에서도 해적판을 다운로드받은 호머 심슨을 알 카에다급으로 규정, FBI가 헬리콥터를 타고 들이닥쳐 체포하는 장면이나 `연쇄살인범보다 더 악한 저작권침해자`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SOPA와 PIPA 법안이 시대에 동떨어져있고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풍자다.
재미있는 것은 에피소드 중간에 스웨덴 대사관에 피신하는 장면이 있다. 스웨덴에는 2006년 창당한 `해적당`이 있다. 해적당은 스웨덴 저작권법의 개혁과 특허법의 철폐를 주장하는 과격당이다. 이들의 주요 동원 대상은 인터넷 사용자, 특히 P2P 사용자와 대학생들이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반대해 `파일공유신앙`을 가진 `코피미즘(Kopimism)`도 정식 종교로 인정받았다니, 이만큼 세계 각지에서 논란을 빚는 법 개념이 또 있을까.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