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도 강하다. 그러면서도 가볍다.`

플라스틱 이야기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차세대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란 강도 높고 가벼워 공업 재료로 사용되는 고성능 플라스틱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열과 충격에 매우 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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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연구원들이 폴리케톤이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테스트하는 모습.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자동차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 향상을 위해 경량화가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자동차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약 5%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에서 무게를 기준으로 현재 플라스틱의 비중은 20% 수준. 향후에는 차체와 휠을 비롯해 각종 금속 재료가 플라스틱으로 바뀔 수 있다. 무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소음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파편이 생기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보통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다. 보통 자동차에 적용된 플라스틱 중 30~60%가량이 PP다. 계기판을 비롯해 내장재에 주로 쓰인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엔진이나 안전 부품, 차체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BMW가 출시한 전기차 i3는 내부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차량 외관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경량 금속 소재를 대량 사용한 i3의 무게는 약 1270kg. 다른 자동차보다 300kg 이상 가볍다.

다임러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GL클래스의 6기통 디젤 엔진 서포트에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이 아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화학회사 바스프가 개발한 특수 강화 폴리아미드인 울트라미드 A3WG10 CR를 장착했다. 그동안 엔진 서포트는 엔진 중량과 토크 충격까지 흡수해야 하고 충돌에도 견뎌야 해 알루미늄이 주로 사용됐다. 이 플라스틱은 열악한 환경에 견디면서 동시에 엔진 소음을 개선하고 무게도 30% 이상 줄였다.

소량 생산이지만 100% 플라스틱 자동차도 이미 출시됐다. 다임러와 로터스 등이 100% 플라스틱 자동차에 도전했다.

세계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약 28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무엇이 있나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종류는 같다. 내열성과 강도 등에 따라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부른다.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크게 10가지 정도로 나뉜다. PI(Polyimide), PSF(Polysulfone), PPS(Poly Phenylene Sulfide), PAI(Polyamide imide), PEEK(Polyether ether ketone), 액정폴리에스터(LCP) 등이다. 각각의 특성에 따라 용도가 다르게 쓰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PPS(Poly Phenylene Sulfide) 생산 붐이 일고 있다. 도레이가 새만금에 3000억원을 투자해 PPS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SK케미칼은 일본의 화학기업인 데이진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생산 시설을 세우고 있다.

PPS는 절연성과 전기특성이 높아 자동차 전장품에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수요가 높다. 센서 하우징과 커넥터 등에 주로 사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PPS 시장은 약 9만4000톤에 달한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28만톤 중 30%가 넘는 시장을 차지한다. PPS 소재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연평균 7% 이상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폴리아미드(PA)도 주로 전장 부품에 쓰인다. 지금은 자동차 플라스틱의 10% 수준이지만 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PEEK는 200도 이상의 온도를 견딜 수 있어 자동차 엔진의 트랜스 미션부품, 베어링, 기어 등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또 고효율을 위한 비행기의 경량화 부품, 의료기기 등에도 사용된다. PEEK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에서도 LCP나 PPS보다 고가에 속한다.

◇기업들, 플라스틱 개발에 너도 나도 투자

최근 효성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루어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나일론 대비 충격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이상 우수하며, 내마모성 역시 최고 수준인 폴리아세탈(POM) 대비 14배 이상 뛰어난 소재다. 폴리케톤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용도와 초고강도 슈퍼섬유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데, 자동차용으로는 휠커버나 ECU 하우징 등으로 유용하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장섬유 강화 플라스틱인 `헤라핀` 개발에 성공해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EP사업부를 두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양대 김병철 교수는“폴리케톤은 소재의 우수성 때문에 198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선진 화학 업체도 개발을 추진해 온 소재”라며 “첨단 플라스틱이 새로운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