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재난망 예타 총체적 부실…와이브로 구축 예산 8배 뻥튀기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잘못된 예산 예측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와이브로망으로 재난망을 구축하게 되면 이에 필요한 기지국을 실제보다 8배나 많게 설치해야 한다는 잘못된 예측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행정부와 예타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나서도 수개월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10년 넘게 끌어온 국가 재난안전망 사업의 결과 도출을 미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가 재난안전망 사업을 이해집단의 민원이나 감사원 감사를 의식해 고의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9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KDI는 재난망 예타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 와이브로 구축 비용 검증을 요청했다.

검토 결과, 재난망 예산 근거가 된 기존 연구(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공공 재난 무선통신망의 효율적 구축을 위한 최적 주파수 확보방안 연구`)에서 산정한 와이브로 무선 장비 수요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와이브로 기지국 전파 통달거리(링크 버짓)를 실제보다 짧게 잡아 전국 커버리지를 위해 필요한 기지국 개수가 테트라(800㎒ 구축 시 1517개)에 비해 적게는 10배(700㎒ 구축 시 1만4074개)에서 40배(2.3㎓ 구축 시 6만6963개) 이상 많아야 한다는 엉터리 결론을 내렸다.

안행부는 기존 연구와 KT 제안서 등을 토대로 2013년 예타 신청 때 와이브로 구축 시 기지국이 7600개(장비가격 1286억원), 테트라 구축 시 920개(장비가격 1569억원)가 투입된다고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와이브로 기지국이 테트라에 비해 8배 이상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전체 비용은 테트라가 9025억원(800㎒), 와이브로가 1조2427억원(700㎒)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와이브로 주파수를 2.3㎓ 변경하면 구축비용은 1조8000억원 정도로 늘어난다. 와이브로 재난망이 테트라 재난망에 비해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완성된 것이다.

재검증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와이브로 망 구축비가 8배가량 더 산정됐다”며 “수치를 조정하면 와이브로 구축 비용은 테트라에 비해 동일하거나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오류가 발견된 다음에도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와이브로 업계는 재검증 이후 와이브로 구축 물량이 기존 연구결과의 11분의 1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KDI에 수정 의견을 전달했다.

와이브로 업계와 기존 연구보고서 작성을 담당했던 A대학 측은 2013년 10월 초 KDI에서 만나 수치 오류 문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A대학이 기존 연구보고서에서 지적된 14개 항목 중 핵심적인 일부 항목의 오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주무부처인 안행부와 예타 수행기관인 KDI의 주장은 엇갈린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DI는 안행부에 와이브로 기지국 스펙(Spec) 등 관련 추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정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와이브로 업계 한 관계자는 “KDI가 오류 지적 초기에는 와이브로 관련 백업 자료 준비를 요청했지만 해가 지나도록 안행부에서 공식적으로 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실제로 자료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KDI가 지난 12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 중간 보고서는 두 후보기술에 대한 사례별 시나리오와 `평면적인 분석`을 담았을 뿐, 경제성과 사업성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행부는 추가 자료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안행부 관계자는 “특별히 와이브로 수치 수정과 관련한 자료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KDI는 독립적인 조사기관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예타 의뢰 부처에서 꼭 추가 자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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