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마이뺀 라이`다. 우리말로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뜻이다. 태국인들은 하루 종일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문제없다는 `마이미 빤하`도 비슷한 말이다. 태국인들의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 마이뺀 라이는 혼잡한 버스 안에서 남의 발을 밞거나, 복잡한 백화점에서 어깨를 부딪혔을 때 상대방이 사과하면 `괜찮다`라는 대답으로 하는 말이다. 영어의 `네버 마인드(Never Mind)`라는 정도로 해석될 것 같다.
문제는 태국인이 차량 충돌 같은 큰 사고를 내고도 외국인에게 마이뺀 라이라고 하는 경우다. 주재원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주인이 아끼는 접시를 깬 후 똑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공장에서도 작업자가 사고를 낸 뒤 마이뺀 라이라고 말하면 외국인 관리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화를 참을 수 없다.
그러나 태국인의 본심은 그게 아니다. 사고를 일으켜서 미안하지만, 사람이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너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태국 말을 배운다 해도 현지 정서를 그대로 읽을 수는 없다. 정서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가 적지 않다. 한국 주재원 입장에서는 태국 사람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내려면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