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창업 권하는 사회

Photo Image

자꾸 창업하란다. 그런데 멀쩡한 직장 절대 관두지 말란다. 전자는 정부고, 후자는 창업한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다. 언론도 스타트업이니, 기업가정신이니 해서 정부의 나팔수 역할 톡톡히 해댔다.

근데 그렇게 애쓴 것 치고는 성적표가 시원찮다. 통계청이 지난 연말 내놓은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자. 2012년 기준으로 창업(신생) 기업은 77만개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3만9000개 줄었다. 활동기업 대비 신생 기업 수 역시 14.3%로 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어렵게 창업했다 해도 2년 뒤까지 살아남는 생존율은 48.4%다. 절반 이상이 창업 후 2년 내 망한다는 얘기다. 치킨집이나 편의점 같은 생계형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주로 IT 등 전문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전문과학기술 업종`의 신생 기업 수는 총 2만41개다. 하지만 같은 해 없어진 벤처 수도 1만2713개에 달했다. 역시 절반이 넘는다.

생존이 어려운 만큼 모험을 걸어볼 만한 게 벤처고 창업의 기본 생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다. 대학생의 최고 희망이 삼성·현대 취업이고, 공무원이 신랑감 1순위인 것이 우리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을 얘기하고, 기업가 정신을 논하는 게 얼마나 공허한가. 반면에 창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기업 등 조직문화 중심의 일본은 소니와 파나소닉·샤프 등 주요 IT그룹의 몰락 이후 자연스레 `창업 문화`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을 혁신하는 주체는 대기업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라는 것을 일본은 값비싼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다. 벤처를 지원하고 창업을 장려하려면 문화와 정서부터 바꿔야 한다. 비싼 값 치르기 전에 말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