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서비스 품질 높여 수입차 공세 맞선다

정비협력사 정비사에 맞춤형 교육 실시, 상향평준화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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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비협력사 직원들의 최고레벨 평가가 이뤄졌다.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남은 시간은 삼십 분. 눈빛은 날카롭고, 손길은 더욱 빨라진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남부서비스센터에서 정비협력사 직원 대상 ‘마스터 테크니션(LV4)’ 과정의 최종 평가가 진행됐다. 말 그대로 현대기아차 전문 정비명장을 가리는 시험인 셈이다. 이번에 이 과정을 통과한 정비사들은 현대기아차 최초의 ‘레벨4’ 테크니션이 되는 영예를 얻는다.

현대기아차는 직원 외에도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정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정비소의 기술력 편차를 줄이고, 일종의 ‘인증’을 통해 상징성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이미 실시 중인 기술교육을 개선, 맞춤형 교육운영을 위해 현대차는 2012년 6월, 기아차는 2013년부터 ‘기술인증제도’를 도입했다.

기술인증제도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뉘며, 정비사의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 대상자들이 자신의 정비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며,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기존 획일화된 교육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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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마스터 테크니션 평가.

차이점은 또 있다. 전국에 포진한 14개 자동차학과들과 위탁 교육 협약을 체결해 인재개발원 천안, 남부연수원에서 실시하던 기술교육 역량을 더 키웠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2012년5월 11개 대학을 선정하고, 2013년 3월에 3개 대학을 추가 선정해 교육 역량을 확대한 결과 교육가능 인원은 700명에서 2,500명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실정이 개선된 것”이라 강조했다. 협력사 소속 정비사들은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에서 운영 중인 현대기아차의 교육 홈페이지 ‘global e-campus’ 포탈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1단계는 일정기간의 소집교육과 온라인 학습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정기점검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2,3단계는 소집 및 온라인 교육 후 온라인 평가를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으며, 여러 구조를 이해하고 진단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4단계의 경우 이론은 물론 실기평가도 함께 진행된다. 복잡하고 난해한 고장을 진단하고, 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이론이 뒷받침 돼야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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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작업 현장과 같이 평가가 진행된다

이날 남부서비스센터에서 만난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이민우 차장은 “이번 레벨4 시험은 현대차(블루핸즈)와 기아차(오토큐) 협력점에서 18명이 참가했다”면서 “네 시간 동안 현장에서 작업하듯 고장난 차를 고쳐야 평가를 통과할 수 있고, 문제를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의 경험만으로는 통과하기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기에 철저히 이론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비사들이 ‘마스터 테크니션’ 과정을 통과하려면 다년간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어서다. 결국 레벨4 과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정비사라는 걸 의미한다.

이 과정이 단순 인증 장치는 아니다.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혜택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3,4 단계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에게 인증서를 지급하고 격려금을 제공하는 등 협력사 직원들의 기술역량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까지 정비협력사의 정비사들 중 복잡한 고장을 진단/수리하고 더 나아가 다른 정비사들을 지도할 수 있는 3, 4단계에 해당하는 정비사의 비율을 30%, 즉 3명 중 1명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술협력사의 기술력 향상은 고객만족도 향상의 열쇠”라며 “지속적으로 협력사 기술교육을 실시하여 협력사와 당사의 상생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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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비협력사 직원들의 최고레벨 평가가 이뤄졌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하이테크센터를 설립, 정비 협력사에서 원인을 찾기 어렵거나 자체 정비가 어려운 고난도 정비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하이테크센터는 현대차, 기아차 각각 남부서비스센터와 소하리 고객센터에 설치됐으며, 각사 지역 서비스센터에도 1~4명의 하이테크 워크그룹의 형태로 배치돼 연간 1,500건(2012년 기준)이 넘는 고난도 정비를 맡고 있다.

하이테크센터엔 일반 정비소에서 갖추기 어려운 자동차 진단 기기와 이를 다루는 숙련된 정비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각 지역 서비스센터에 위치한 하이테크그룹에 정비협력사에서 진단/해결이 어려운 차들이 이송되고 해당 하이테크 워크그룹이 해결하지 못할 땐 하이테크센터로 전달된다. 하이테크센터로 이관된 정비 케이스는 정비 전문가, 품질 담당 직원, 연구원들에 의해 검토 및 수리된다.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고객만족향상이다. 차를 다시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정확한 진단으로 과잉정비를 막아 결국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입차 공세에 맞서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설 만큼 시장이 커졌지만, 정비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결국 서비스 양과 질을 함께 높여 현대차만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 업계 전국 정비센터는 330여개며, 현대기아차는 협력점을 포함하면 2,200여개에 달한다”면서 “소비자들의 수입차 AS만족도가 낮은 만큼 우리는 이를 집중 공략해 현대기아차 고객들의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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