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불을 발견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대 전환기를 맞았다. 의식주라는 삶의 행태가 바뀌었다. 산업혁명 때도 증기기관과 인쇄술을 발전으로 과거 인류는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을 이뤘다. 모든 혁신은 우리가 개발한 과학 기술을 토대로 한다. 지금도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인간은 진화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연말 마지막 `이머징 이슈`로 새해 인류의 삶에 새로운 혁신을 던져줄 과학기술 동향을 정리했다.
◇“기술을 입다”
구글글라스와 스마트와치 등 입는(웨어러블) IT기기가 화제다. 웨어러블 IT 기기에 대한 관심은 내년에도 계속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주니퍼는 `2014 테크 트렌드 톱 10`에 웨어러블 기기를 올려뒀다. 주니퍼 측은 “내년을 웨어러블 기기의 분수령이 되는 해”로 전망했다. 그러나 웨어러블 기기에 장착된 카메라 등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한 논쟁도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웨어러블 기기를 3D 프린터와 초고선명(UHD) TV와 함께 주목해야할 기술 동향으로 선정했다. 안경이나 시계에 국한되지 않고 의류·신발 등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IT가 접목될 것이라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웨이크필드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 91%가 웨어러블 기술을 환영하고 있다”며 “이르면 6년 안에 스마트폰처럼 일상 생활에 들어 올 것”으로 예측했다.
◇“입체를 찍어내다”
새해 기술 화두에서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3D 프린팅 기술은 지금까지 있던 인쇄의 프레임을 파괴했다. 종이 위에 2차원 형태로만 가능했던 인쇄 개념은 이제 실제 물품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수준으로 전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항공우주·의료·엔지니어링·자동차 산업에서 제품 원형(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3D프린터가 작고 저렴해지면서 소비자 손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가트너도 2013년 주목해야할 `10대 전략기술`에 3D프린팅 기술을 포함시켰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4년 3D 프린터 출하량은 지금보다 75% 증가할 전망이다. 2015년이 되면 약 200% 정도 성장하면서 맞춤형 제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무기 제조·생명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논쟁거리도 있다. 정부는 3D 프린팅 기술과 관련해 국가연구개발(R&D) 투자전략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기술영향평가 대상 기술로 선정해 관리키로 했다.
◇“스마트 속에서 살다”
IBM은 매년 `5년 안에 실현될 5대 기술(5 in 5)`을 발표했다. 올해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파악하는 교실, 증강현실 등 기술로 지역 소매점의 성장, DNA 분석을 통한 의료, 디지털 치안 등과 함께 스마트 도시의 개막이 뽑혔다. 소셜네트워크가 도시로 확장돼 스마트폰과 각종 센서로 주택, 아파트 등 환경 인프라를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내년 주목해야할 7대 기술영역에 스마트 공장(Factory)을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공정 가상 현실화 기술이 주목되고 있다. ETRI는 앞으로 생산공장이 신경망같은 내외부 네트워크를 갖춘 거대 로봇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으로 공정 자동화가 이뤄졌다면, 2014년 기술 동향은 SW 중심 가상화·유연화로 넘어가면서 제조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구름 속의 개인”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주로 활용했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개인영역으로 확장되는 것도 내년에 주목해야할 기술 변화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개인 계정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리고 PC에서 편집하는 등 개인 클라우드(Personal Cloud) 이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기기에서 생성된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가트너가 `10대 전략기술`에 개인 클라우드를 포함시킨 배경이다.
주니퍼도 2014 10대 기술 동향에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올려뒀다. 가정에서도 사설 클라우드 솔루션과 네트워크에 연결된 저장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제 사람은 `구름(클라우드)` 속에 사는 세상이 도래했다.
◇“진화한 인간, 강화된 인간”
마지막은 로봇이다. 사람의 신체적 한계를 로봇을 통해 극복하는 기술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화두에서 빠지지 않았다. 로봇의 물리적 힘을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기술은 이미 지난해 많은 기술 동향 예측에서 발표됐다. 2014년에는 로봇 팔, 로봇 다리 등 신체 강화 기술을 넘어 감각·인지 차원에서 로봇을 활용하게 된다. ETRI는 언어처리와 감정 인지 기술을 기반으로 신체 신호를 포착해 숨은 감정까지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유망 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트너도 애플 시리처럼 지능형 비서, 사람과 유사한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과 같은 사례가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