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발 유통혁명 가능한가
군사나 대테러 작전에 주로 쓰던 소형 무인기 `드론(Drone)`이 생활 깊숙이 들어온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는 지난달 날개 8개 달린 무인기 옥토콥터로 구매 직후 30분 안에 물건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소개하며 드론 배송전에 불을 지폈다. 이에 질세라 세계적 물류 운송회사 UPS와 독일 DHL, 도미노피자도 무인기 배송을 시험하며 세계 물류 시장에 때 아닌 드론 열풍이 불었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으로 원격 조종하는 헬기다.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는데 최근 취미로 드론 비행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며 드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증가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세계 드론 시장은 890억달러(약 94조380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군사용이다. 현재 미국에서 드론의 상업적 활용은 불법이다. 2015년 미연방항공청(FAA)이 규정을 바꾸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왜 드론 배송인가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 드론이 배송을 넘어 유통 시장 전반에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드론 배달부는 사람이 배송하던 물류 시장에 큰 변혁을 가져옴과 동시에 동네 상권에 막대한 위협이다.
집에서 갑자기 아기와 단둘이 있는데 기저귀가 떨어졌을 때를 상상해보자. 아마존에 들어가 클릭만 하면 30분 이내 드론이 집 앞까지 배송한다.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슈퍼마켓까지 갈 필요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한 아마존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배송 속도 단축 차원을 넘는 효과가 기대된다.
브레드 템플톤 싱귤레러티 대학 네트워크&컴퓨팅 학과장은 “드론을 활용한 30분 배송은 동네 상권을 장악한 월그린 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와 무게가 한정적인 드론 배송은 부피가 큰 물건을 주로 판매하는 월마트보다 동네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 드론 배송이 확대되면 소비자 구매 습관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배송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하면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필요할 때 빌려 쓰는 횟수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드론 배송은 물류의 혁신이다. 시간 절약하고 정확도를 높인다. 언제 도착할지 부정확한 택배 트럭을 기다릴 필요 없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드론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드론은 반품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늘 나는 배달부 시대 성큼
아마존은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16㎞ 이내 지역에 5파운드 이하 물건을 30분 안에 집 앞까지 배달하는 드론을 4~5년 안에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에 이어 대형 물류기업도 가세했다. UPS는 소형 무인기를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시험했다. 이 회사는 세계 220개 나라에 9만1700대 차량, 500여대 항공기로 매일 평균 610만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국제 운송기업이다. UPS는 아마존처럼 30분 이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 물류 센터에서 물건을 나르는 용도를 고려한다. UPS는 주요 공항과 도시에 픽업센터가 있다. 이곳으로 드론이 물건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나르는 역할을 한다.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보다 관리가 편하다.
독일 DHL은 자체 개발한 무인비행로봇 `파켓콥터(Paketkopter)`로 시험 비행을 마쳤다. DHL은 파켓콥터로 의약품이 담긴 소포 상자를 싣고 라인강을 건너는 시험에 성공했다. DHL은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긴급 화물을 배송할 때 파켓콥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난 6월 유명 피자업체 도미노피자도 드론을 이용해 6㎞ 넘는 곳까지 10분 만에 피자를 배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드론 전문가 라이언 칼로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물류와 배달서비스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드론과 무인 로봇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용화엔 시간 걸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드론 배송이 당장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포브스는 드론 배달 상용화까지 기술과 법적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고 전했다. 우선 FAA를 비롯한 관계 기관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서 드론은 취미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FAA가 규정을 바꿔야 한다. FAA는 2015년께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아마존은 하루에 2600만개에 달하는 물품을 판매한다. 이 중 5%인 120만개를 1시간에 하나씩 무인기로 배송한다고 해도 최소한 5만개 드론이 필요하다. 아마존과 UPS, DHL 등이 운영하는 수많은 드론이 도시 상공을 나는 상황을 FAA가 어떻게 규제할지 미지수다. 드론 배송이 허용돼도 기업은 배송료를 올리고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