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2200㎞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면 소재는 무엇을 사용해야 할까? 바로 탄소나노튜브(CNT)다. 강철보다 100배 뛰어난 강도와 구리와 같은 전기전도율을 가지고 있으며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다는 특성이 이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미국우주항공국(NASA)이 경량·고강도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를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도를 만들기도 했다.
지름 0.5~10㎚의 원통형 탄소결정체인 탄소나노튜브는 `꿈의 소재`로 불린다. 기계적 성질, 전기전도도, 열전도도, 비표면적 등이 모두 탁월한 유일무이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 방전법을 사용해 흑연의 음극상에 형성시킨 탄소 덩어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탄소나노튜브는 소재 분야의 `조미료`라고도 불리운다. 나노크기로 인해 조정과 분산이 어렵지만 고분자 기지 내에 분산이 잘 이뤄지면 고분자 고유 특성을 살리면서 고전도성과 고강성 등 탄소나노튜브가 지니는 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초강력섬유, 생체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될 수 있어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반도체 성질을 지닌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주목 받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전도성이 요구되는 복합소재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 중인 대전방지·정전기분산·전자파 차폐용 필러로는 카본블랙·카본화이버·전도성 고분자 등이 있으나, 10~30% 수준의 높은 함량에 따른 물성하락이 발생한다. 여기에 소량의(1~5%) 탄소나노튜브 첨가로 높은 전기전도도 구현이 가능해진다. 이를 응용해 대전방지 처리된 바닥재, 디지털 가전·휴대폰 EMI 차폐, 정전방지 발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열전도성 복합소재에도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할 수 있다. 기존 방열소재로 주로 사용 중인 알루미늄을 고분자 방열 복합소재로 대체해 부품 경량화를 꾀할 수 있는 것. 고분자 방열 복합소재의 경우 방열 필러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을 사용한다. 탄소나노튜브 방열 코팅제를 알루미늄에 코팅해 방열 성능향상과 구조를 슬림화 할 수도 있다.
PCB와 같은 열전도성 복합소재로도 쓸 수 있다. 현재 최신 전자제품들의 고성능·고집적·고출력화로 각종 기기의 발열 문제를 탄소나노튜브로 해결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 시장 현황은 국내외 수요 대비 공급이 5~6배로 높은 수준이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지속 하락해 현재 시장가 5~6만원/㎏ 수준이다. 탄소나노튜브 사업만 영위 시 투자비 대비 낮은 매출규모와 이익률 저하로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규모 확대 및 이익 확보를 위해서는 탄소나노튜브 응용소재 사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소재·응용소재 세계 시장규모는 현재 약 5억달러로 추산된다. 2020년 약 8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10% 수준인 465억원(탄소나노튜브 소재 35억원, 탄소나노튜브 응용소재 43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탄소나노튜브는 현재 기존 응용제품의 대체 재료로 연구되고 있으며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강철보다 더 강하고 전기도 잘 통하지만, 제조 비용이 비싸고 응용을 위한 형태 변형 시 특성이 감소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응용시 구조적 성질을 유지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탄소나노튜브 시장 확대가 더딘 이유는 기존 소재에 비해 더 큰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와 응용 적용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 아울러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는 방법의 개발이 부족하고, 가격이 내렸다고 하지만 다른 소재에 비해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화학업계는 탄소나노튜브 사업은 기존 시장을 타깃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전자·자동차·우주항공·에너지·해양·반도체·건설·일반산업 등 탄소나노튜브의 특성을 접목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분야를 바탕으로 용도 발굴이 필요한 상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