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리포트]정수기 구매 완전 정복2

현대인들의 건강 화두는 단연 ‘물’이다. 하루 평균 성인이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2L 정도로 이젠 단순히 섭취량에 대한 고려가 아닌 물의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 깨끗한 물을 마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수기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국내 정수기시장은 연평균 12% 가량 성장하고 있다.

물은 우리의 건강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제품을 고를 때면 유독 더 신중해지게 된다. 이에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는 정수기 구매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황민교 기자 min.h@ebuzz.co.kr

[시장동향]

정수기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다.

“약수터 물도 못 믿는다” “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는 말이 생기며 정수기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수많은 기업이 정수기를 제조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정수기 산업이 점차 확대됐다.

당시 정수기는 150만 원~2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처음 정수기 산업이 번성한 이유 역시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보다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과시욕을 들 수 있다.

부자들의 산물로 인식됐던 정수기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렌털 서비스`다. 웅진(현 코웨이)은 1998년 처음으로 정수기에 렌털 개념을 도입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비싼 가격 탓에 구매를 하지 못했던 소비자가 몰리면서 코웨이는 단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6년께부터는 주방용품을 취급하던 업체들이 기존 유통망에서 한 단계 나아가 홈쇼핑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렌털 서비스의 `36개월, 월 1만9900원` 약정 공식은 이 무렵 굳어져 201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코웨이와 청호를 주축으로 대기업 군에 속하는 회사는 월 4만원대 고가 라인을, 중소기업은 월 1만9900원 저가 라인을 형성하며 시장이 양분됐다. 하지만 최근 쿠쿠전자가 이러한 가격 공식을 깨며 큰 폭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 제품군을 형성하던 기존 업체들은 "중견기업의 저가군 참여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풍부한 자금 및 브랜드 파워의 이점을 활용, 그동안 안정적 성장을 해온 중소업체들의 기반을 흔들지 모른다"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수기 시장은 연 평균 12%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환경 문제와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정수기는 환경부에서 고시하는 바에 따라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서 정수성능품질검사를 거쳐 물 마크를 부여한다. 물 마크 유통량이 곧 정수기 유통량인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작년 한 해에만 내수에서 180만대가 판매됐으며 월 평균 12만~14만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정수기 시장은 코웨이 46%, 청호 15%, 동양매직 11%, 쿠쿠 10%, 웰스 8%, 현대 5%, 기타 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핫이슈]

◇“필터 수 늘리기는 과도한 경쟁이 불러온 상술”

정수기 설명서를 읽다 보면 꼭 막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필터 부분이다. 이름도 길고 기능도 비슷해 보여 도통 뭐가 좋은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때 드는 생각이 `그래도 필터 수가 많으면 더 좋지 않을까`다. 과연 그럴까.

정수기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필터 수는 네 개로 △세디멘트 필터 △가루형의 프리카본 필터 △UF(중공사막) 또는 R/O(역삼투압)필터 △포스트 카본 필터가 바로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 필터 네 개만 갖추고 있다면 웬만한 불순물은 걸러내는 데 무리가 없다.

1단계 세디멘트(침전) 필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이 때문에 앞쪽에서 미리 큰 찌꺼기를 걸러줘 핵심 필터인 R/O나 UF 필터에 가는 피해를 최소화한다.

일반적인 물은 함유하고 있는 유기 화학물에 의해 미생물, 박테리아 등이 서식하면서 가스를 배출한다. 2단계 카본필터를 거치면 유기화학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물맛이 향상된다. 필터 내부는 숯가루가 차 있는 형태로 수압이 셀 때 간혹 카본분진이 저수조로 넘어갈 때가 있다. 그러면 물을 완전히 빼낸 다음 저수조를 청소하거나, 필터가 불량일 때는 이를 교체해야 한다.

필터 구성은 대개 유사하지만 3단계에 이르러서는 정수 방식에 따라 중공사막은 UF 필터, 역삼투압은 R/O 필터로 나뉜다.

중공사막(UF) 방식은 미세 구멍이 뚫려 있는 0.1㎛의 얇은 실이 서로 연결돼 체처럼 거르는 원리다. 역삼투압(R/O)은 표면의 기공크기가 0.0001㎛인 막을 여러 장 겹쳐 말아놓은 형태로 삼투를 역으로 밀어 통과시키다 보니 높은 수압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중간 컨트롤 부품도 더 들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중공사막 방식에 비해 높은 편이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동양매직과 쿠쿠전자, 교원웰스, LG전자 등의 후발주자들이 렌탈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공사막 방식의 정수기를 선보이면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4단계에 위치한 포스트카본(블럭카본)은 필터 자체에서 번식할 수 있는 박테리아 등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꼼꼼하게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포스트카본은 카본을 압축해 놓은 원통 형태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다.

제품에 따라 6~7단계, 3필터 5단계 시스템 등의 광고내용은 마지막에 위치한 포스트카본과 연관이 깊다. 비어 있는 구멍 부분에 두세 종류의 세라믹 볼을 채워 넣어 단계를 문어발식으로 늘리는 것이다.

한 정수기 업체 관계자는 “기본구성을 지나치게 웃도는 단계를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말장난”이라며 “냉온 정수기가 너무나 일반적 제품이다 보니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일 뿐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정수기 온수통은 세균의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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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저수탱크, 하단 온수통

온수통 위생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일단 정수기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저가형 정수기는 필터에서 정수된 물이 저수탱크로 지나 온수통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돼 있다. 이 온수통은 제품 내부에 고정돼 있어 따로 빼서 세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를 절약하려 온수를 꺼놓고 사용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물은 고이면 반드시 썩게 마련이다. 물때인 바이오필름이 생기면 먹을 게 많아진 미생물은 증식할 수밖에 없다.

위생문제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바로 온수통의 소비전력이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에너지설계사와 함께 조사를 벌인 결과 용량이 3리터에 불과한 냉온 정수기의 전기 소비량이 900리터 대형 냉장고보다 1.7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수통은 시간당 450W를 소모할 정도로 소비전력이 높다. 30분을 기준으로 5분 가동하며 물이 일정 온도에 다다르면 25분 쉬는 구조기 때문에 한 시간에 10분, 하루 4시간 작동한다. 이를 전력량으로 따져보면 하루 1.8㎾, 한 달이면 무려 54㎾다. 4인 가구가 한 달에 쓰는 전기 평균량이 270~330㎾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소비자가 이러한 문제로 절전버튼을 이용한다면 전기는 절약되더라도 위생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통 자체가 세균 번식 위험에 노출되며 그대로 둘 때 뜨거운 물이 위로 역류해 저수탱크 위생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청결한 사용을 위해서는 온수통과 연결돼 있는 드레인을 이용해 2~3일에 한 번씩 물을 빼줘야 한다. 그러나 고여 있는 온수를 모두 빼낸다는 건 매우 번거롭다. 일반 가정에서 주기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디서비스, 위생관리의 확실한 대안책이 돼줄까

코웨이를 비롯한 여타 다른 정수기업체의 코디 월급 시스템은 기본급 없이 방문한 가구 수에 따라 책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결국 자유직업소득자인 코디들은 시간에 쫓겨 양질의 서비스 제공보다는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의 코디서비스는 필터교체, 카본 분진을 두들겨서 빼주고 눈에 보이는 수조의 물때를 치워주는 정도다. 코웨이, 청호, 교원, LG 등이 전기분해 살균수를 이용해 관리하기도 하지만 온수통이 안에 들어있는 한 완벽하게 세척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소비자가 코디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렌털료에 들어 있는 무상서비스 때문이다.

렌털료에는 필터 교체와 청소비용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렌털로 제품을 이용하면 총비용 140만원 정도에 필터를 갈고 청소까지 할 수 있지만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120만원을 일시불로 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필터까지 스스로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또 개별적으로 구매할 때 필터 가격을 덤터기 쓰기 십상이다.

일시불 구매 소비자를 위해 별도의 멤버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비용 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를 택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인터뷰]

정수기 업체도 이러한 문제를 모를 리 없을 터. 기존 상품의 단점과 불편함은 늘 새로운 제품군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업체들이 내다보는 이후 시장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국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정수기를 생산해온 유영민 캐로스 대표와 만나 향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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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캐로스의 유영민 대표, 캐로스 평택 공장 전경

◇냉온수기, 냉온정수기, 얼음정수기…그 다음은?

캐로스는 그간 한경희생활과학, 현대위가드, 키친아트플러스 등의 제품을 개발·생산한 전문업체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에 바탕을 두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그만큼 정수기 시장에 애정과 자부심도 남달랐다. 유영민 대표는 “규모가 작다는 단점은 오히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제조업체로서 정수기 온수 문제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유영민 대표는 “분명히 한계점은 존재한다”고 답했다. “저수탱크를 거쳐 온수통으로 물이 들어가든 애초에 냉수와 온수로 나눠서 들어가든 결국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위생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는 냉온수기와 냉·온정수기, 얼음정수기를 거쳐 포트형 시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며 그 역시 이런 시각에 동의했다.

`포트형 정수기`는 쉽게 말해 포트와 정수기가 합쳐진 제품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온수통`을 아예 밖으로 빼내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세대 제품은 2012년 초 출시된 한경희생활과학의 `미네랄정수기`와 코웨이의 `에코포트`다. 그 이후 교원웰스의 `시리즈1`과 현대위가드의 포트형 정수기 `CRS〃230C`가 등장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키친아트플러스의 `KWP-503SP`가 CJ오쇼핑에서 판매됐다.

반응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뜻밖에 “차갑다”고 답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아직까지는 일반 정수기에 비해 소비자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알려가는 과정이지만 제품에 확신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는 위생성, 경제성, 편의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다. 그는 “포트형 정수기는 제품 내부에 포트를 놓는 자리가 있고 스테인리스 노즐을 이용해 자동으로 물이 공급되는 형태”라며 “분리가 자유로워 세척이 손쉽다”고 말했다.

또 “포트기는 1리터를 한 번 끓이는 데 5분 남짓 걸리는데 하루에 두 번씩 10분 끓여도 200W밖에 소모되지 않아 경제적”이라며 “필요할 때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기존 정수기에 비해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일반 정수기는 사용하는 온수량만큼 물을 채워 넣는 구조로 돼 있어 계속 뜨거운 물이 찬물에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포트형 제품은 높은 온도의 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냉수기에 별도의 전기포트를 따로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국내 소비자 정서상 여러 기능을 한데 모은 올인원 제품을 찾는다”며 “얼음은 일반냉장고에서 얼려 먹어도 충분하지만 `얼음정수기`를 찾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답했다.

전기포트는 온수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신기술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펌프 등 세부 부속품으로 제조원가가 일반정수기에 비해 30%가량 더 비싸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이 때문에 일반정수기가 1만9900원에 36개월 약정이라면 포트형은 같은 가격에 48개월로 약정기간이 더 긴 편이다.

포트형 정수기가 이런 옥에 티를 벗고, 깨끗하고 편리하고 값싼 장점을 내세워 정수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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