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올해 과징금, KT 분기 영업익보다 많아…업계 "늦춰 달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 3사가 올해 방통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제재안 발표 시기만이라도 조금 늦춰주면 좋겠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 과열 보조금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부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 통신사들이 시름에 잠겼다. 당장 올해 실적을 맞추는 데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통신3사 올해 과징금, KT 영업익보다 많을 수도

올해 통신3사가 정부에 낸 과징금은 총 771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53억1000만원, 7월 701억원을 과열 보조금에 따른 금지 행위에 대한 제재 명분으로 거둬들였다. 지난달에는 가입자 해지·지연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 3사가 총 17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여기다 연내 최대 17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이 추가로 부과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현재 통신 3사 불법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연내 조사결과와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과징금 부과상한액을 매출의 1%에서 2%로, 부과 기준율을 0~3%에서 1~4%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본때를 보일 것”이라며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하기도 했다.

1700억원의 과징금이 연내 부과되면 올해 통신 3사가 방통위에 내는 과징금 규모는 총 2400억원이 훌쩍 넘게 된다. 올해 KT의 실적이 가장 좋았던 1분기 영업이익 2360억원보다 많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무리 과열 보조금이 반복해서 발생했다고 해도 너무 과한 액수”라며 “올해 이미 700억원이나 부과했으니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제재는 발표 시점을 좀 늦추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연내 처리를 목표로 잡고 조급하게 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내 발표되면 올해 실적 `빨간 불`

통신사가 이처럼 시기를 늦춰달라고 토로하는 것은 방통위가 과징금 액수를 발표하는 시점에 재무제표에 반영 되기 때문이다. KT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360억원에서 3분기 1470억원으로 대폭 감소 추세다. 이 때문에 수 백억원대 과징금을 받을 경우 한해 실적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흑자전환 했지만 과징금 때문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텔레콤도 올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45만여명의 가입자를 빼앗기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수 백억원대의 과징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자주 고액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업종은 흔하지 않다”며 “보조금 상한액을 높인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현재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강경한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과징금이 통신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적어 처벌로서 효과가 약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며 “아직 발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 3사가 올해 방통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통신 3사 올해 과징금, KT 분기 영업익보다 많아…업계 "늦춰 달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