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초소형 무인비행기(드론) `옥토캅터`를 이용한 배송 계획을 밝히면서 주문 상품을 누구보다 빨리 받아보고 싶어 하는 한국 인터넷 쇼핑객도 이 계획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뜨겁다.
아마존은 주문이 들어오면 물품을 담은 상자를 드론에 실어 물류센터 반경 16㎞ 지역에 30분 안에 배송한다는 목표다.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빨리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조스 CEO는 “이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민간 드론 사용을 허용하는 2015년, 늦어지면 4~5년 정도 걸리겠지만 결국 무인비행기 배송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보다 국토가 좁고 아파트 같은 밀집형 공동 주택이 많은 환경이라 드론 배송이 절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빨리빨리` 특성을 고려한다면 인기를 끌 만한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큰 장애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현행법 조항이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드론 배달이 한국에서 이뤄지기는 힘들다. 드론은 항공법 2조가 정한 `초경량 비행장치` 중 `무인비행장치`에 해당한다. 항공법 시행령은 무인비행장치의 하나로 연료를 제외한 자체 중량 150㎏ 이하 무인비행기나 무인회전익비행장치를 뜻하는 `무인동력비행장치`를 규정한다. 우리나라에 배송 드론이 투입된다면 무인동력비행장치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무인동력비행장치는 대여업과 사용사업에서만 영리 목적으로 쓸 수 있다. 사용사업은 비료나 농약 살포, 산림·해상 측량, 사진 촬영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현행법상 택배 등 영리 목적의 무인비행장치 운송은 허용되지 않으며, 현행 운송 사업 규범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고도 120m 이상이나 공항 근처에서는 무인항공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상업 목적 사용도 불법이다. 다만 미국 의회와 FAA는 2015년까지 민간에서 드론을 활용하게 허용할 방침으로 안정 규정 및 개인정보보호 규정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통·운송은 기술 발달과 기존 제도가 충돌하는 대표적 분야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보유한 운전기사와 사용자를 연결해 주는 `우버`는 국내외서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우버와 같은 공유 운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택시 등 기존 운수업계 및 규제 당국과 논란이 진행 중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 규제가 철저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런 논란이 서비스·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버는 교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기사와 사용자를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등 `수학 회사`를 지향한다.
아마존의 배송 드론 연구도 알고리즘 기반 상거래를 강화하는 물밑 작업이란 분석도 있다.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해 우버와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가능성도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